문화 출판

여행의 계절… 떠나요 '북캉스'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1 17:09

수정 2018.07.11 17:09

휴가, 여행하기 딱 좋은 책 3권
여행의 계절… 떠나요 '북캉스'


여행은 찰나의 미학이다.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의 짧은 일탈, 그래서 여행은 즐겁고 아름답다. 햇살이 뜨거워지는 여름은 여행의 계절이다. 전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책 속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아홉개 나라 국경을 넘어 1만2371㎞를 쉬지 않고 달리는 대륙횡단 열차 여행부터, 발로 걷는 인도·스리랑카, 문학에 비춰본 영국 런던 등 책과 함께라면 새롭고 흥미로운 여행을 언제든 즐길 수 있다.

프랑스·독일·러시아·몽골·단둥… 9개국 대륙횡단 열차 여정 담아
프랑스·독일·러시아·몽골·단둥… 9개국 대륙횡단 열차 여정 담아


일명 '오기사'로 유명한 오영욱 작가의 신작 '파리발 서울행 특급열차'(페이퍼스토리)는 지난 봄,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해 프랑스, 독일, 폴란드, 벨라루스, 러시아, 몽골, 중국을 지나 대한민국 서울역에 도착하기까지 아홉개 나라 국경을 넘는 대륙횡단 여정을 담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글과 섬세한 지도 그림, 일러스트와 사진으로 철도여행의 즐거움을 책 속에 담았다.


기차로 떠나는 세계여행은 어떤 느낌일까. 평소 누구보다 기차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천천히 달리는 대륙횡단 열차 안에서 혼자만의 시간 여행을 하며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을 찍기도 하며 종착역을 향해 달렸다. 대륙횡단 여행의 종착역은 바로 서울역. 작가는 "열차에 올라 다른 나라에 도착하면 그곳 특유의 냄새가 가장 먼저 반긴다. 공항에 내려도 맡을 수 있지만 기차역의 생생한 자극에 비할 바 아니다"고 전했다.

여정은 단순했다. 파리에서 출발해 2박3일간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다시 기차를 타고 이르쿠츠크, 울란바토르를 거쳐 베이징, 밤기차로 단둥 압록강 철교 앞에 도착한다. 마지막으로 단둥을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북한을 통과하는 여정은 현실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능해질 가까운 미래를 상상하며 그렸다.

강명관 부산대 교수 첫 여행집..인도·스리랑카 돌며 26일간 기록
강명관 부산대 교수 첫 여행집..인도·스리랑카 돌며 26일간 기록


강명관 부산대 교수의 '책벌레의 여행법'(휴머니스트)은 끊임없이 책을 떠올리며 틈나는 대로 기록한 26일간의 인도·스리랑카 여행기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고 웃음지을 수 있는 포인트가 여럿이다. '세계사 편력', '간디 자서전', '힌두 스와라지', '마하바라타'와 '바가바드기타', '인도는 울퉁불퉁하다' 등 그의 여행기에 등장하는 책만 봐도 인도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환갑을 넘어 처음 출간한 여행기이기에 젊은 감각을 살린 책은 아니지만, 느리기에 꼼꼼한 관찰기는 또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저자는 자신을 그저 '말을 달리며 산을 스쳐 지나가듯 무심히 지나친 여행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40여년 동안 고전과 역사를 연구한 학자의 눈에 비친 인도와 스리랑카는 새롭고 낯설다. 특히 그가 인도의 상징인 간디를 사유하는 방식과 태도는 무척 흥미롭다. 인도·스리랑카의 사회와 문화, 역사를 이야기할 때에도 저자의 통찰이 빛난다. 유적지에서, 관광지에서 그가 보여주는 단상과 사유는 낯선 사회를 매개로 자신과 세상을 성찰하는 의미 있는 여행법이다.

찰스 디킨스·마르크스·조지 오웰 등 런던 곳곳에 숨은 작가와 문학 이야기
찰스 디킨스·마르크스·조지 오웰 등 런던 곳곳에 숨은 작가와 문학 이야기


영국 소설가 엘로이즈 밀러 등이 쓴 '문학의 도시, 런던'(올댓북스)는 일반 여행서처럼 런던의 잘 알려져 있는 명소를 소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문학사를 연대기적으로 나열한 책도 아니다. 문학 작품이나 작가들을 폭넓게 다루면서도 그와 관련된 역사, 정치적 배경, 그리고 런던 구석구석의 의미있는 장소와 거기에 깃들어 있는 스토리를 들려준다.
한마디로 여행과 문학과 역사가 결합된 책. 제프리 초서부터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존 밀턴, 마르크스, 조지 버나스 쇼, 조지 오웰, 윌리엄 블레이크, 예이츠, 키츠, 셸리, 새뮤얼 존슨, 바이런, 버지니아 울프, T S 엘리엇, 에즈라 파운드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명 작가들의 생활, 사랑, 해프닝과 실수, 라이벌간 경쟁 등의 이야깃거리가 담겨있다. 저자들은 런던 곳곳에 숨어 있던 문학, 작가들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아내고 그들만의 위트와 유머로 버무려낸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자신이 작가들을 따라 런던의 어느 거리를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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