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증산 위력에 달린 유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1 15:58 수정 : 2018.07.11 15:58

80달러 이상 충분 vs 70달러 내려앉는다

5월 기준, 사우디는 하루 202만배럴 증산여력이 있는 것으로 추산됐지만 이후 증산에 나서 현 증산여력을 두고 논란이 많다 /사진=WSJ, IEA

유가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유가가 지금보다 더 뛸 것이란 전망이 유세하긴 하지만, 바클레이스는 그 같은 전망은 오도된 것이라면서 올 하반기 70달러 초반대로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증산에 나서면 생산여력이 소진돼 조그만 충격에도 유가가 급등할 것이란 강세전망과 사우디의 증산이 미국 석유재고 증가로 이어져 유가를 끌어내릴 것이란 예상이 맞서고 있다.

■유가, 이젠 떨어진다
1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이날 분석노트에서 올 하반기 사우디 등이 석유공급을 늘리면서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평균 73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스는 시장이 사우디의 시장 관리능력을 저평가하고 있다면서 사우디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러시아 등과 함께 이란의 석유금수, 베네수엘라의 석유생산 차질에 따른 부족분을 메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럴당 73달러 유가는 바클레이스의 이전 전망보다 3달러 높은 수준이지만 80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는 다른 투자은행들의 예상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바클레이스는 유가가 80달러를 돌파할만큼 상승요인이 많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바클레이스는 시장이 사우디 등의 증산여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최근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추산은 하루 150만배럴의 증산여력을 간과하고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작성 책임자인 바클레이스 에너지시장 리서치 책임자 마이클 코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우디에 확실한 신호를 줬고, 사우디는 지금의 미 행정부와 밀월관계를 만끽하고 있어 트럼프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 어렵다고 봤다.

코언은 “사우디는 미국 정책담당자들을 실망시키거나 신뢰를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는 고유가에 불만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고 설명했다.

바클레이스는 사우디가 미국에 더 많은 석유를 수출하기 시작할 것이고, 이는 미 석유재고를 늘리게 될 것이라면서 미 석유재고 증가는 시장의 공급부족 우려를 가라앉히고 유가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배적 전망은 80달러 돌파
그러나 시장의 주된 전망은 유가가 80달러를 돌파한다는 것이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올 하반기 브렌트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85달러로 상향조정했고, 골드만삭스는 올 여름 브렌트유 기준으로 유가가 82.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CNN머니는 10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 같은 유가 80달러 돌파 전망의 주된 배경은 증산여력 소진이라고 전했다.

사우디 등이 증산에 합의함에 따라 시장에 석유가 더 공급되겠지만 충격을 흡수할 장치가사라지는 셈이어서 조그만 돌발변수라도 생기면 유가는 걷잡을 수 없이 뛸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투자 업체 토터스의 매트 샐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럴(SG)의 글로벌 석유리서치 책임자인 마이클 위트너는 전날 보고서에서 “이란(석유 금수에 따른) 부족분을 보충하고 나면 실질적으로 증산여력은 남지 않게 된다”면서 “이는 극단적으로 강세전망을 강화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산유국의 사소한 돌발변수도 유가 급등을 촉발할 수 있음을 뜻한다.

위트너는 11월 이란 석유금수가 개시되면 공급이 줄어들 이란 석유가 이전 전망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막대한 규모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앞서 금수조처로 줄어들 이란의 석유수출이 하루 40만배럴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보고서에서는 이를 최대 하루 130만배럴로 급격히 상향조정했다.

위트너는 “사우디 등이 이란 석유 공급 부족분을 메우려면 증산규모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증산여력은 거의 소진된다”고 지적했다.

증산여력 소진은 최근 국제 유가 상승의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작용해왔다. OPEC 증산 결정 이전 배럴당 66달러 수준이던 미국 유가는 지난달 22일 증산이 결정된 뒤 되레 74달러 수준으로 뛰었다.

■ 증산여력도 논란
증산여력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바클레이스는 시장이 사우디의 증산여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보는 반면 SG는 이제 한계에 임박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SG는 사우디가 30일 이내에 생산할 수 있는 원유 규모가 최대 하루 1150만배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우디가 이달 들어 사상최대 수준인 하루 110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SG 추산대로라면 이제 남은 증산여력은 하루 50만배럴에 그친다. 그러나 사우디의 독점 석유생산자인 국영 사우디아람코는 하루 1200만배럴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에너지투자업체 BP 캐피털 펀드 어드바이저스의 벤 쿡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이란 석유가 하루 100만배럴 줄어들 경우 사우디가 이를 벌충할 능력이 있겠는가?”라고 자문한 뒤 “현 시점에서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SG는 다른 산유국들 역시 증산여력이 이제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SG에 따르면 5월 현재 쿠웨이트와 UAE의 증산여력은 두 나라를 합해 하루 55만배럴에 불과하고, 러시아는 고작 하루 10만배럴 증산여력밖에 없다.위트너는 “확실한 것은 증산여력이 점점 빠듯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OPEC과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산유국들의 증산 여력 역시 의문이다. 이전 같으면 미 셰일석유가 풍부한 증산여력으로 유가 급등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이마저 기대하기 어렵다. 셰일석유 최대 유전지대인 서부텍사스의 퍼미안분지는 현재 트럼프의 철강 관세와 쿼터에 따른 송유관 부족과, 숙련공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어 증산이 불가능하다.

또 그동안의 저유가로 석유메이저들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심해 유전 프로젝트를 중단해 유가가 뛰더라도 당장 석유가 나올 곳이 없다. 토터스의 샐은 “수요 증가를 충족하기 위한 공급을 기대하기 매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네이버채널안내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