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최저임금 갈등, 해법은 없는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0 17:12 수정 : 2018.07.10 17:12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눈앞에 다가왔다. 노사 간 이견은 여전히 크다. 노동계의 요구는 간명하다. 지난해에 그랬듯이 시급 1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근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된 것을 반영해 시급 1만790원을 요구했다. 인상률은 33%다. 이에 비해 경영계는 올해 수준에서 동결을 주장했다.



노사의 주장이 저마다의 근거가 있으리라. 노동계는 빈곤 근로자의 팍팍한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경영계는 중소 영세기업의 바닥난 경영사정을 대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노사 간 엄청난 주장의 차이는 합의에 의한 최저임금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자칫 노사 간, 노정 간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재앙이 되고 결국 노사 모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최저임금 결정과정 관리가 정당해야 하고, 노사가 이를 존중해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최초 제시안은 노동계 54.6%, 경영계 2.4%였다. 회의를 거듭할수록 노사의 주장이 좁혀져서 최종 제시안은 노동계 16.4%, 경영계 12.8%였다.

그러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표결에서 공익위원들이 노동계의 안을 지지함으로써 16.4% 인상으로 최종 결정됐다. 인상률의 적정성 여부와 관계없이 결정 과정은 합리적이었다. 내년도 최저임금도 이런 절차를 밟아 노사가 합의에 이르면 최선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공익위원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당연히 노사가 수용해야 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올해만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중소.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미 고용을 줄이는 기업이 적지 않다. 소득이 노동자보다 못한 영세사업주도 많다. 이들은 무늬만 사용자이지 노동자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국민의 세금인 일자리안정자금을 증액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국민의 공감과 국회의 동의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다.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중소.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을 우선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경영계가 주장하듯 영세기업에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노동계도 경제상황을 감안해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안정적으로 결정하되 임금 이외의 정책적 수단을 통해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노사정위원회의 새 명칭)가 의제별 특별위원회를 출범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위원회에서는 저임금 근로자에게 마이너스 소득세를 통해 실질임금을 높여주는 근로장려세제 확대와 주거.자녀 보육, 교육.건강 등과 관련된 지원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적 임금 확충,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익·지불능력 격차 완화,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 간 양극화 개선방안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생계비를 올리는 경제사회 시스템과 저임금 근로자를 양산하는 양극화 구조를 방치한 채 최저임금 인상으로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노사정은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각 주체가 요구만 하지 말고 일정한 몫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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