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신입행원 성비 공개 규제에 난감한 은행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8 16:37

수정 2018.07.08 16:37

금융당국 남7:여3 허물기
선호 직무·출산휴가 문제로 男행원 성비 높게 배정해와
객관적 당락증거 제시 위해 필기시험 비중 대폭 커질듯
신입행원 성비 공개 규제에 난감한 은행


금융당국이 은행권 신규 채용시 최종합격자의 성비를 공개하도록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자 시중은행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조치가 사실상 남녀 성비를 동일하게 맞추라는 압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남녀별 선호 직무와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을 고려해 남성 행원들의 성비를 좀더 높게 배정해왔다.

■희망 직무 쏠림, 육아휴직 등으로 인력 배치 어려워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여성 태스크포스(TF)는 지난 5일 '채용 성차별 해소 방안'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이 경영 공시에 합격자 성비를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은행권에 남성지원자를 더 많이 뽑는다는 사실은 과거에도 일부 알려지긴 했지만 최근 은행권 채용비리에서 임의로 성비를 조정한 것인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20여년전만 해도 남녀의 비율이 8대2, 심하면 9대1 정도로 남성인력에 치우쳐있었지만 최근에는 이 비율이 6.5대 3.5 수준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물론 이조차도 여성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불공평하다 생각할 수 있어 앞으로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과 2016년에 최종합격한 주요 시중은행의 성비는 남직원과 여직원의 비율이 7대 3으로 나타났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여성 최종합격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은행(36%)이며 KB국민은행(34.5%)였다. 또 여행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KEB하나은행으로 18.4%에 그쳤다.

불공평한 성비를 바로잡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되야 할 부분은 선호 직무 쏠림 현상이다. 한 은행 인사 담당자는 "상대적으로 야근이 많고 나이 많은 남성을 상대해야하는 기업 금융 쪽은 인력 수요가 많은 반면 여기에 지원하는 여행원들이 많지 않다"면서 "여행원들이 선호하는 자산관리(WM)나 사회공헌 등의 업무는 수요 자체가 적어 그리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가는 여행원들이 특정 직급에 몰리다보니 인력을 활용하기 힘들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행원은 "동기들 중에 여행원이 30여명가량 됐지만 현재 일하고 있는 여자 동기는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전했다.

■객관적 수치화 가능한 필기시험이 당락 결정할 듯

이 때문에 앞으로는 필기시험이 당락을 결정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객관적인 당락의 증거를 제시해야하는데 직무 배정이나 산휴,육휴를 이유로 들었다간 성차별, 혹은 채용비리로 철퇴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사팀 입장에서는 필기 성적 외의 다른 주관적인 부분을 들어 인재를 채용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워졌다"면서 "필기 성적 순대로만 하면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확실한 증빙 자료가 되기 때문에 필기 치중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각 은행이 시행중인 '제로베이스 면접'을 없애자는 이야기도 이 때문에 나온다. 이제까지는 필기시험을 합격할 경우 모든 지원자가 '제로' 상태에서 면접을 봤다. 필기에서 꼴찌를 한 지원자라고 하더라도 면접에서 탁월한 점수를 낼 경우엔 합격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면접 점수를 결정하는 요소들이 인상, 말투, 가치관 등 주관적인 부분이 많고 이에대한 공정성을 입증하기 힘들게되자 필기시험과 면접 시험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채용자를 선발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경우엔 필기시험 점수가 끝까지 영향을 미치게 돼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가 유리하다.

한편 일부에서는 최근 정부가 추진중인 주 52시간과 워라밸 열풍, 디지털 금융 확산 덕에 자연스럽게 여성 인재들이 주요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기업금융이라하면 상대 업체와 만나 회식을 해야하고 개인적인 친분이 매우 중요한 측면이 많았는데 이런 분위기도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면서 "워킹맘 행원의 경우에는 하고 싶은 업무가 있어도 아이들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주 52시간이 활성화되면 정해진 업무시간에 누가 더 효율적으로 일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 인재들이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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