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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방아쇠 당겼다]트럼프-시진핑 '무역 전면전'… 세계 교역량 2조弗 타격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6 17:42

수정 2018.07.06 18:08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로..결국 터진 美·中 관세폭탄 장기전으로 치달을 가능성
양국 모두 출혈 불가피..현재로선 미국 체력이 우세
패권다툼이 낳은 참사..G2, 양보 없는 총공세
완성품·중간재·원료 맞물린 글로벌 무역사슬 충격파..한국도 주요 피해국 거론
【 베이징·서울=조창원 특파원 박종원 기자】 세계 1,2위 경제대국 간 무역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시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견지하기 위해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을 반드시 제압해야 하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은 세계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중국 굴기' 야심을 거둘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이 6일 마침내 상대방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면서 글로벌 경제시장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세계시장의 소비와 생산의 핵심 축인 미국과 중국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완성품과 중간재 및 원료가 맞물리는 글로벌 가치사슬도 충격을 받게 됐다. 글로벌 경제패권을 둘러싼 미·중 대결로 전 세계 무역참사가 빚어진 상황인 것이다.


■장기전 대비 경제체력 구축 안간힘

전면적이고 장기전으로 예상되는 무역전쟁을 놓고 양국에 미칠 손실에 대한 계산도 분주하다. 양측의 과도한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일단 미국이 중국에 비해 체력전에서 비교적 우세하다는 평이 많다.

우선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양국의 출혈은 불가피하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로 내년 말까지 미국 내 일자리 14만5000개가 사라지고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내년 말까지 0.3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역시 미국의 관세장벽 영향으로 연간 성장률이 0.3%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장기전을 앞둔 양국의 경제체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리면서 각종 경제지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실제로 미국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올해 미국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제기된다. 반면 중국 인민은행은 올 들어 지급준비율을 3차례 인하하며 유동성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각종 산업·경제 관련지표도 꺾임새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고질적 부채 문제에 시달리는 중국이 부채축소와 금융리스크 해소라는 절대과제를 뒷전으로 미루고 유동성 확보로 정책방향을 바꿀 수 있다. 이는 중국의 구조개혁이 중단된다는 것으로, 중국의 거품경제가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점도 의미한다. 전반적으로 양국 간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갈 경우 체력전에서 미국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미래경기 전망은 자본시장에 반영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중국 증시가 최근 몇 주 사이에 베어마켓(거래가 부진한 약세장)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세계경제 피해액 눈덩이…2조달러 교역 위협

미국과 중국의 혈투는 글로벌 경제에도 충격파를 던질 전망이다.

미국의 보복관세 반경은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주요국 모두를 향해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던진 관세폭탄 역시 미국과 중국의 교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후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 경우 중국에 중간재·부품을 공급하는 아시아 주변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을 비롯해 대만, 말레이시아 등은 공격을 받는 당사국인 중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중국이 무역흑자를 줄이라는 미국의 압박에 따라 총수출을 10% 줄이면 아시아 국가의 GDP 성장률이 평균 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중국에 중간재와 원자재를 납품하는 아시아 국가들과 중국, 미국 간 글로벌 공급망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도 미·중 무역전쟁의 주요 피해국으로 거론된다. 픽셋에셋매니지먼트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82억6000만달러(약 31조5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번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전에 그치지 않고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초 500억달러 관세부과 대상품목 선정에 이어 중국의 보복관세가 취해질 경우 추가 관세부과 품목을 늘리겠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관세부과 대상품목이 2000억달러, 4000억달러에 이어 5000억달러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의 보복을 무력화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관세보복을 공언하면서 중국도 비관세장벽 수단 등을 총동원해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국이 총공세 양상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피해액 추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양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앞서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의 관세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 2000억달러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고려해 무역전쟁 지속 시 최대 2조달러(약 2234조)의 글로벌 교역량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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