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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억 중 80억 누가 썼는지도 몰라… “국회 특활비 아예 없애자”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5 17:41

수정 2018.07.05 17:41

정체불명 국회 특활비 논란
참여연대 승소로 자료 확보, 3년치 살펴보니 문제투성이
예결·윤리특위 월 600만원, 법사위에 월1000만원 지급
동명이인 많고 확인 어려워.. 누군지 모를 21명 특활비
78억9400만원 가운데 59억이 농협은행 이름 수령
비판 거센데 정의당만 “폐지”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오른쪽 첫 번째)이 5일 서울 자하문로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결의서를 들어보이며 부당한 집행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오른쪽 첫 번째)이 5일 서울 자하문로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결의서를 들어보이며 부당한 집행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지난 2011~2013년 3년간 사용된 국회 특수활동비의 240억원 중 8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누구에게 지급됐는지 조차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주 열리지도 않는 예결특위와 윤리특위의 위원장들은 매달 600만원의 특활비를 꼬박꼬박 받으면서 필요 이상의 세금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제사법위 위원장에겐 다른 상임위와 달리 별도로 매달 1000만원이 지급돼 법사위 간사와 위원들에게 배분되면서 의원들간 '특활비 나눠먹기'도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참여연대를 통해 드러난 국회 특활비 사용의 문제점에 대해 여야는 공감하면서 제도개선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나,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질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240억 중 80억 누가 썼는지도 몰라… “국회 특활비 아예 없애자”


■수령자 모르는 돈 '78억'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5일 '국회 특활비 내역과 분석 결과 공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특활비 내역을 밝혔다. 참여연대가 지난 3년간 소송을 통해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를 촉구, 지난 6월말 국회로부터 지출결의서 1296건을 제공받아 관련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2011~2013년 동안, 229명의 국회의원에게 86억4000만원 이상이 지급됐고 30명의 수석 전문위원에게 28억6000여만원, 2명의 운영지원과장에 28억1200여만원이 지급됐다. 그외 국제국 등 16명의 국회 직원에 18억2200여만원이 지급됐다.

문제는 동명이인이 많거나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로 확인이 어려운 21명에게 지급된 특활비가 78억9400여만원이란 것이다.

무엇보다 지급받은 수령인이 '농협은행(급여성경비)'이란 점에 참여연대는 주목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각각 약 18억원, 20억원, 21억원 등 총 59억원이 지급됐다. 누가 해당 통장에서 인출해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지출됐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전체 액수 중 25%가 경비의 1차 수령인이 농협 급여성 통장"이라며 "각각 농협 급여성 경비 통장에 들어온 18억, 20억 등의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수가 없다. 아마 (의원들이) N분의 1로 나눠썼다고 추정은 하지만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국회는 원내 교섭단체대표에겐 실제 특수활동을 수행했는지와 무관하게 매월 6000여만원을 지급했고, 상임위원장이나 특별위원장도 위원회 활동과 관계없이 매월 600만원씩 지급받았다.

국회는 상설특위인 예결특위와 윤리특위에도 매월 6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위원장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했다.

예.결산 심의가 진행되는 시기에 활동이 집중되는 예결특위와 회의조차 열리지 않는 윤리특위의 위원장에게 특활비를 매달 수백만원씩 지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야, 공개에 공감… 폐지는 '글쎄'

참여연대가 공개한 국회 특활비 내역을 통해 드러난 특활비 운용의 문제점에 여야는 모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참여연대의 국회 특활비 폐지 주장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국회 특활비 폐지 국회법 개정안 발의에 원내 교섭단체 대표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좀 더 투명하게 특활비를 양성화해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활비가 전혀 필요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능한 모두 공개 원칙으로 투명히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정기국회에서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앞으로 특활비는 영수증 증빙을 포함한 많은 투명한 절차를 만들어내도록 해야할 것"이라면서도 특활비 폐지에 대해 "특활비 관련 제도개선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답하는데 그쳤다.

김 원내대표는 매달 6000만원 정도의 특활비가 원내대표에게 지급되는 것과 관련, "상당한 부분을 원내행정국에서 수령한다"며 "저에게 직접 오는 부분은 그보다 훨씬 적다"고 해명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특활비 폐지 여부는 제가 판단하기엔 적합하지 않고 정확하게 어디에 쓰이는지 몰라 더 의논해봐야 한다"며 "특활비라는 명목 중 특활비 고유 성격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기에 그런 부분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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