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현장르포] 고가 아파트 밀집한 강남일대 가보니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4 17:17

수정 2018.07.04 21:15

"참여정부때 겪어 학습효과 급매물은 커녕 문의도 없어"
미풍에 그친 보유세 개편안
오른 집값만 10억이 넘는데 보유세 몇백은 부담도 안돼
다주택자는 다소 부담되지만 강남 대신 지방 아파트 처분
2월까지 팔 사람은 다 팔아.. 중개업소 거래절벽에 한숨
세율과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모두 올리는 방향으로 종합부동산세제 개편안이 확정된 다음날인 4일, 서울 반포동 한 아파트단지 상가 내 부동산중개업소에 보유세 관련 문의전화가 없는 것은 물론 거래중단 사태로 '매물정보' 하나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연이은 부동산 규제로 인해 내성이 커졌고 최근 부동산가격 상승보다 보유세 인상폭이 낮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이환주 기자
세율과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모두 올리는 방향으로 종합부동산세제 개편안이 확정된 다음날인 4일, 서울 반포동 한 아파트단지 상가 내 부동산중개업소에 보유세 관련 문의전화가 없는 것은 물론 거래중단 사태로 '매물정보' 하나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연이은 부동산 규제로 인해 내성이 커졌고 최근 부동산가격 상승보다 보유세 인상폭이 낮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이환주 기자

"참여정부(노무현정부) 때 부동산 규제 학습효과도 있고 이번 보유세 인상도 작년 말부터 시장에 시그널을 준 만큼 보유세 인상 관련해서는 전화 한 통 없네요."

4일 오전, 대한민국 최고가 아파트가 가장 많은 서울 반포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보유세 인상에 따른 시장 분위기를 묻는 기자에게 대답 대신 반포지역 지도를 내밀었다. 신반포역과 고속터미널역 중간에 위치한 사무소를 중심으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 등의 아파트가 위치해 있다.
해당 아파트들의 공시가격은 적게는 16억~27억원으로 실제 가격(시세)은 이보다 30~40%는 더 비싸다.

전날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이 발표됐지만 급등한 아파트 가격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4년 동안 아파트 값이 10억원 넘게 올랐는데 몇십, 몇백만원의 보유세 때문에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잘못됐다고 역설했다.

실제 공시가격이 26억7200만원인 반포 아크로리버의 내년 보유세 인상액(1주택자 기준)은 19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 7월 4일자 3면 참조>

■문의 한 통 없이 '무덤덤'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반포 아크로리버 84㎡의 2013년 말 분양 당시 가격이 12억5000만~14억원 정도였는데 올해 기준 이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25억~26억원대 후반"이라며 "지난 4~5년간 12억원 가까이 집값이 올랐는데 보유세 몇백만원 오른 정도로 집주인들에게 큰 영향은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보유세 인상 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첫 언급이 있었을 당시 2~3차례 전화 문의가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시장의 반응은 차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기자가 머물렀던 오전 10시부터 90분 동안 보유세 인상 관련 문의를 하는 방문객과 전화는 한 통도 없었다.

이 관계자는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가 처음 생기면서 해당 지역에서 한 번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보유세를 더 내는 등 학습효과가 있었다"면서 "이번 개편안에 과세표준(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을 실거래가로 한다는 소문도 있었으나 과세표준이 (실거래가 보다 낮은) 공시가격이 되면서 보유세 인상액 자체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지방.소형 매도 나설 듯

다만, 다주택자의 경우 세부담 증가로 얼마간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주택자들은 공시가격 합산금액이 6억원 이상이면 종부세 대상이 되고 세율도 중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B공인중개사 대표는 "다주택자의 경우 세금이 점차적으로 늘어날 예정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책과 맞물려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이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강남권 주택 대신 지방과 수도권 주택부터 매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방과 서울 주택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은 청약조정지역으로 묶여 있어 2주택만 보유해도 양도소득세가 중과돼 팔고 싶어도 못파는, '퇴로'가 막혀 있는 상황이다.

■'거래 뚝' 매매중단 현실화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이후 정부가 다주택자, 투기수요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공인중개사무소들은 '거래절벽'에 참담한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C공인중개사 대표는 "올 2월까지 집을 팔 사람들은 다 팔았고 나머지는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8·2 대책 전에는 한 달에 4~5건의 매매를 했는데 지금은 석달에 한 건의 거래도 없어서 손가락만 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재건축아파트인 고덕2단지 그라시움은 입주가 시작되는 향후 2년가량 거래도 할 수 없다"면서 "부동산 경기가 죽으면서 동네에 있는 자영업자들도 2차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잠실 B공인중개사 대표도 "잠실 지역에 있는 30개가 넘는 공인중개사사무소들도 지난해 한 달에 20~30건씩 거래를 했으나 현재는 한 달에 1건도 힘든 상황"이라며 "부부가 같이 사무소를 운영하는 경우 거래가 줄면서 둘 중 한 명은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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