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미국과 무역전쟁 벌이는 中, 유럽에 '동맹' 제안했지만 퇴짜맞아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4 17:06

수정 2018.07.04 17:06

류허 중국 부총리(오른쪽)가 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유르키 카타이넨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류허 중국 부총리(오른쪽)가 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유르키 카타이넨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마찬가지로 미국과 무역면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유럽연합(EU)에 접근해 미국과 맞서는 '동맹' 체결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계자들은 유럽이 비록 미국과 사이가 틀어지긴 했지만 중국의 불합리한 무역관습에 대해서는 미국만큼이나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3일(현지시간) 유럽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고위급 중국 외교 관료들이 이달 16~17일 EU·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EU 관계자들과 접촉하면서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무역정책을 비판하는 EU·중국 공동 성명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류허 중국 부총리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EU를 설득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류 부총리는 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유르키 카타이넨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과 고위급 경제대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중국의 제안에는 공동성명 외에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미국을 상대로 공동 조치에 나서자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그러나 EU 관계자 5명은 EU측이 중국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귀띔했다. 양측은 이달 정상회담에서 다자간 무역을 지지하는 양측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WTO의 현대화를 위한 실무그룹 설치가 포함된 단조로운 수준의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측은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도 정상회담을 열었으나 남중국해 및 무역 문제로 인한 마찰로 공동성명을 내지 못했다. 관계자는 "중국은 EU가 중국과 함께 미국에 맞서길 원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고 중국에도 EU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EU가 중국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미국만큼이나 중국에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CNBC는 EU가 지난달 미국이 유럽산 강철과 알루미늄에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미국과 불편한 관계가 됐지만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는 동기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U 역시 중국의 무역관습과 폐쇄적인 시장에 미국만큼이나 화가 난 상태다. 익명의 EU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이 중국에 제기한 거의 모든 불만사항에 공감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저 미국이 이를 다루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CNBC는 중국의 '대(對)미 무역 동맹' 결성 시도에 대해 서방세계가 갈라졌다는 신호인 동시에 중국의 외교가 보다 대담해졌다고 징후라고 분석했다. EU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차별적인 무역전쟁으로) 서방 세계를 찢어놓았고 중국이 이를 이용하려 든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서방 세계의 단합을 불편하게 여겨왔고 이제는 무역이나 인권 등 다방면에서 EU를 (서방세계로 부터) 떼어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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