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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人터뷰]"韓, 전 세계 블록체인 산업 주도할 수 있는 '골든타임' 놓치고 있어"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4 15:59

수정 2018.07.04 16:31

글로벌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 ‘해시드’ 김서준 대표 인터뷰
“전 세계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업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한국이 글로벌 산업 주도권을 잡을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정보기술(IT) 산업 부흥과 핀테크 허브 조성 등 늘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 기회를 잡는 나라들이 있었다. 한국도 ‘블록체인 혁명’을 주도할 기회가 다가왔는데 손 안의 모래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시기적으로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 / 사진=박범준 기자
김서준 해시드 대표 / 사진=박범준 기자

■블록체인 테스트 베드 통해 인재 끌어 모아야
[블록人터뷰]
글로벌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 사진)가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팩트블록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하는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18(KBW 2018)'에서 '한국 블록체인의 현주소'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서울 테헤란로 해시드 오피스에서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사전 인터뷰를 통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가져올 경제·사회적 변화가 큰 만큼, 정부는 관련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실험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같은 보완체계를 제공해야 한다”며 “세계 각국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펼쳐질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면 아직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산업 육성·암호화폐공개(ICO) 전면 금지’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정책 엇박자를 내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센 가운데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도 시급히 마련해야 ‘알파고(구글 인공지능) 쇼크’가 재현되지 않는다는 게 김 대표의 진단이다. 그는 “최근 국가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면서 인공지능(AI) 분야 IT 인재들은 논문 하나만 발표해도 곧바로 해외에서 고액연봉을 제시하며 데려가는 상황”이라며 “한국의 최대 자산은 인간 두뇌와 창의성인데 인재들을 모두 빼앗기면서 AI 주도권 경쟁은 이미 게임이 끝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블록체인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국내외 좋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한국 안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 / 사진=박범준 기자
김서준 해시드 대표 / 사진=박범준 기자

■'블록체인 유니콘' 발굴 위해 40개 프로젝트 투자
해시드 역시 서울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점으로 전 세계 약 40여 개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부분 해외 프로젝트에 투자했지만 액셀러레이팅(창업지원) 프로그램은 한국인 창업가가 주도하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며 “전 세계 IT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1%도 채 안되지만, 블록체인 분야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 중 한 곳이 바로 한국”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과 인터넷보급률 등 IT 인프라 수준은 비슷해지고 있지만, 자국민 지식수준이나 커뮤니티 활성화 정도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생태계”라며 “글로벌 커뮤니티 안에서 개발자들끼리 어울리며 대화를 해보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블록체인 프로젝트 투자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과 동시에 커뮤니티 활성화에 주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가치는 커뮤니티가 정한다”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오르는 이유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해당 커뮤니티 안에서 활동하면서 ‘네트워크 임팩트’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내 '슈퍼 마리오' 같은 댑으로 시장 경쟁력 입증
하지만 여전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태계를 허황된 기술과 투기가 만연한 곳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처음부터 투기인 것도 투자인 것도 없다”며 “그 모든 것은 결과물로 확인할 수 있는 데, 닷컴버블 속에서 탄생한 구글이 대표적이 예”라고 전했다. 구글이 창고에서 처음 서비스를 개발할 때는 도메인 하나만 있어도 10억씩 투자를 받을 정도로 거품이 심했지만, 당시 구글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투기꾼이라고 하는 이는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ICO 역시 아이디어와 백서만으로 자금을 모으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모른다”며 “통상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는 초기 투자가 아닌 이상 제품이나 매출과 시장점유율 등 숫자를 가지고 평가하지만, 블록체인 분야는 기술 철학과 개발자들의 역량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더 이상 장밋빛 전망에만 블록체인에 미래를 맡겨둘 수는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해시드는 연내 ‘블록체인 업계 슈퍼마리오’를 탄생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과거 닌텐도가 만든 슈퍼마리오 게임은 게임 캐릭터 산업과 게임 대중화의 이정표와 같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그는 “투자 및 액셀러레이팅 프로젝트를 통해 연내 눈에 보이는 성공 사례가 탄생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직은 스팀잇(블록체인 기반 소셜미디어) 정도만 있기 때문에 이용자경험(UX)·이용자인터페이스(UI)까지 대중친화적으로 갖춘 댑(DApp, 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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