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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Change] "北 진출, 중국 대하듯 하면 오산 조선족 기업, 교두보로 활용해야"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3 17:15

수정 2018.07.03 17:15

新북방경제벨트를 가다 <3>대륙의 관문 중국 동북3성 3. 대북 사업, 전규상 천우그룹 회장에게 길을 묻다
20년간 나진병원 등 건설사업 北사업파트너 행방불명 등 이해못할 일들 종종 일어나
체제 익숙하고 교류 활발한 조선족 기업인들 도움될 것
전규상 천우그룹 회장이 지난달 4일 중국 옌지 천우그룹 사무실에서 본지 인터뷰에 응답하고 있다.
전규상 천우그룹 회장이 지난달 4일 중국 옌지 천우그룹 사무실에서 본지 인터뷰에 응답하고 있다.


【 옌지(중국)=권승현 기자】 "조선(북한)의 특수성을 모르면 가는 걸음 걸음마다 실패할 수밖에 없다. 조선의 경제를 틀어쥐려면 중국에 있는 조선족 기업들을 활용해야 한다."

지난달 4일 중국 옌지에서 만난 전규상 천우그룹 회장은 조선족 기업이 '미지의 땅' 북한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업체 중에서도 북한에서 성공한 기업은 한 손 안에 꼽을 정도로 적다.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특수성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대북사업을 했던 전 회장 역시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조선 기업들을 중국이나 한국 기업 대하듯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이런 특수성을 충분히 파악한 회사만이 조선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운영하는 천우그룹은 1952년 설립돼 건설업, 부동산업, 무역업 등을 하고 있다. 주력사업은 건설업이다. 옌볜 건설업체 1호다. 백산호텔, 국제호텔, 옌볜대학 주청사, 옌볜박물관 등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유명 건물들은 천우그룹의 손을 거쳤다. 북한에서는 카지노호텔, 나진병원, 국제통신신탁건물 등의 건설사업에 참여했다. 현재는 유엔 제재의 여파로 모든 대북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그는 "조·미 회담(북·미 회담) 결과 추이를 봐서 청진에서 하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행방불명된 北 사업파트너, 알고보니 "학습 갔어"

북한을 상대로 사업하다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전 회장은 투자한 돈의 절반은커녕 단 한푼도 건지지 못하고 떠밀리다시피 손을 떼야 했던 적도 있다. 그는 "청진의 한 공장에 100만달러(약 11억2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했는데 일전(一錢) 회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투자를 받은 사업 파트너가 행방불명이 됐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알고보니 학습(노동 개조) 갔더라"고 말했다. 전 회장은 "북한인 사업파트너 중 3명이 '학습'으로 잘못됐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북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매우 특수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외국 회사가 조선에서 큰 돈을 벌게 되면 그 회사와 협력한 조선사람은 민족의 이익을 팔았다는 이유로 반역자가 돼버린다"고 설명했다. 그가 북한에 투자하더라도 투자 대가를 모두 챙기려고 하면 힘들어진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그는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북한의 회사는 누구 소유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오너, 주주 등을 떠올리던 기자에게 전 회장은 "당의 회사이자 국가의 회사다"라며 "최고경영자가 결정권이 없다는 의미"라고 역설했다.

굳게 잠겨 있던 북한 경제의 빗장이 풀리고 여건이 갖춰지면, 국내 기업들도 대북사업에 활발히 나설 터다. 전 회장은 "한국 기업은 조선과의 사업에서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과거 20개 한국 회사가 다롄을 중심으로 기반시설협회를 설립해 이북에 진출하자고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며 "이북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천우그룹이 건설한 훈춘 국제호텔(위 사진)과 옌지시 스포츠센터 전경.
천우그룹이 건설한 훈춘 국제호텔(위 사진)과 옌지시 스포츠센터 전경.


■"北 진출에 중국 조선족 기업인들을 활용하라"

남북은 한 민족이지만 살아온 환경과 받은 교육이 전혀 다르다. 조선족은 한민족의 혈통을 공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어(조선어)를 사용한다.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들은 공산당 체제가 익숙하다. 북한과도 경제적으로 활발하게 교류한 바 있다. 전 회장이 "중국 조선족 기업인들은 북한과 가장 대화가 잘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일부 국내 기업들은 이미 이 점을 간파하고 있다. 전 회장은 "대북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굴지 대기업들이 많은 접촉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회장은 북한이 경제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아무리 투자하고 싶어도 외국인들이 조선에서 돈을 못 벌게 한다면 아무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안정성도 보장돼야 한다. 그는 지난 2016년 9월, 그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중 느낀 강한 진동을 떠올렸다.
풍계리에서 진행된 제5차 핵실험에 따른 지진이었다. 그의 사무실은 풍계리에서 직선거리로 100㎞다.
그는 "아직은 어떤 식으로 대화가 흘러가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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