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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 단지 "아이들 안전해 안심" vs. "택시도 못들어와"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1 17:22

수정 2018.07.01 17:22

입주민끼리도 입장 엇갈려
"대규모 단지 새 트렌드, 아이들 사고 걱정없고 車 소음·공해없어 만족"
"지하주차장 설계 비용, 결국 분양가로 떠안게 돼.. 택시·택배기사와 마찰도"
#.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도록 설계된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아파트로 이사온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콜택시(카카오톡 택시)를 불렀지만 번번이 취소돼서다. 어렵게 택시를 잡은 A씨는 택시기사로부터 "동도 많고 지하 내부도 복잡해 한참 헤맸다. 웬만하면 (단지에) 안 오고 싶다"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 A씨는 "오히려 (지상에 차가 없는 게) 쾌적할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 단지

'지상에 차 없는 단지 설계'가 신규 분양시장 트렌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이 설계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경기도 남양주시의 다산신도시에서 벌어진 택배 논란에 이어 복잡한 지하주차장 구조로 입주민의 불편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 말 입주를 앞둔 송파 헬리오시티(9510가구)처럼 대단지일수록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는 입주민의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반면 쾌적한 단지 조성을 위한 설계라는 긍정적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1일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는 아파트 설계와 관련된 다양한 입장을 들어봤다.

■쾌적성↑, 향후 미래가치↑

자녀가 있는 입주민 대다수는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는 점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 화재 등 비상상황을 제외하고는 지상에서 차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두 자녀를 둔 30대 남성 B씨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보니 단지 내에서도 혹여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했다"면서 "비상상황을 제외하고는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기 때문에 안심이 된다"고 했다.

지상 주차공간을 입주민을 위한 곳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설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한 30대 여성은 "지상주차장이 없어지면서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나 다른 운동기구가 생겨 환경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각종 신규 설계가 적용된 아파트일수록 집값 상승에 도움이 될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한 40대 남성은 "실거주자 입장에서 연식이나 위치가 비슷한 아파트가 두 곳 있는데, 한 곳만 지상에 차 없는 단지 설계가 적용됐다면 어느 곳을 선택하겠느냐. 브랜드와 함께 아파트 미래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택시.택배 이용 불편함↑

반면 지상에 차 없는 단지 설계가 오히려 더 큰 불편함을 야기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분양가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 아파트에 적용되는 각종 설계가 편리함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분양가를 높이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어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상에 차 없는 단지를 설계하려면 해당 아파트 지하를 얼마나 파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지상은 단순 조경비용만 들지만 지하 1층만 파느냐, 지하 3층까지 파느냐에 따라 공사비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수용인원이 많은 대단지일수록 지하주차장 설계에 드는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20대 남성은 "새 아파트일수록 단지 규모가 크다보니 지하주차장 출입구가 여러 곳 있어도 처음 오거나 운전에 서툰 사람들은 헤맬 수밖에 없다"면서 "그나마 건설사별로 지하주차장 벽면에 동호수를 크게 기재하고 있지만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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