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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분쟁 역풍] 시진핑 "한대 맞으면 한대 친다"… 中, 무역전쟁 전면전 경고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6 17:20

수정 2018.06.26 17:20

공식석상서 美에 반격 예고.. 류허 부총리도 보도지침 통해
"끝까지 갈 각오" 의지 전파.. 일각 "섣부른 행동" 회의론
[무역분쟁 역풍] 시진핑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미·중 무역갈등이 물밑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대신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말을 아끼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식석상에서 반격의지를 언급한 데 이어 무역전쟁의 중국측 사령관 격인 류허 부총리도 중국 내 보도지침을 통해 "끝장 승부" 의지를 전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미국에 맞설 준비가 부족한 중국이 섣불리 전면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직접 반격 경고 날린 시진핑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중국 압박 카드를 잇따라 공언한 가운데 시 주석이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미국에 대한 직접반격을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의 말을 인용, 시 주석이 지난 21일 '글로벌 CEO 협의회' 소속 CEO들을 만나 "중국은 미국에 반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서양에서는 '누가 네 오른뺨을 치면 반대쪽 뺨을 갖다 대라'는 개념이 있다"면서 성경 구절을 인용한 뒤 "우리 문화에서는 (한 대 맞으면) 펀치로 응전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양 종교의 양보문화에 맞서 중국의 보복문화를 강조한 셈이다. 시 주석은 이어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을 열 것"이라면서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에 우대정책을 펼치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이날 행사장에 골드만삭스와 폭스바겐 등 미국 및 유럽 주요 기업 CEO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미국을 겨냥한 전투적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중국 당국이 아예 중국 매체에 미·중 무역전쟁에 대처하는 보도지침까지 내리며 지구전에 돌입하는 형국이다. 특히 이번 보도지침에 "끝까지 갈 각오를 하라"는 류허 부총리의 발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전면전을 대비한 지구전 체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성도일보는 최근 중국 공산당 선전당국이 각 매체에 미·중 무역전쟁 전선을 확대해 보도하는 것을 자제하고 첨단 제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대한 홍보를 줄이는 내용을 담은 지침을 내렸다고 26일 보도했다.

최근 중국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선전당국의 통지문은 세가지 형태의 전재보도 금지 내용을 담고 있다.

■당국 대응 보도지침도…일각선 '전쟁 회의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미국 정부부처 대변인, 고위 관리의 발언 및 논평을 그대로 보도하지 말도록 했다. 또 미국 언론매체의 무역전쟁 관련 보도 및 평론을 그대로 싣지 말고 중국 상무부의 답변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도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저속한 공격으로 욕설전이 돼선 안 된다는 내용도 있다. 또 통지문에는 류 부총리가 "무역전쟁은 실제로는 '중국 굴기'를 공격하는 전쟁"이라며 "누가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자. 결코 우물쭈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등 전의를 불태우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시 주석을 포함한 중국 고위층의 무역전쟁 결의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중국 정부 내부와 학계에서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준비를 갖췄는지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일부가 중국 정부의 맞대응 행보에 회의적 견해를 밝힌 글들이 인터넷에서 퍼진 게 발단이다. 문제는 상무부와 외교부 등 정부 청사 내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들의 요지는 중국 공산당이 워싱턴의 반중정서 깊이를 과소평가한 탓에 세계 초강대국과 때이른 맞대결을 벌이는 위험을 무릅쓰게 됐다는 것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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