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무역전쟁 역풍] 미·중과 불편한 동행 EU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6 16:29

수정 2018.06.26 16:29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유르키 카타이넨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공동 주재하는 中·EU 경제무역 고위급 대화가 25일 베이징에서 세계화 지지 및 추진, 협력 심화 및 확대를 주제로 개막했다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유르키 카타이넨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공동 주재하는 中·EU 경제무역 고위급 대화가 25일 베이징에서 세계화 지지 및 추진, 협력 심화 및 확대를 주제로 개막했다
【베이징 서울=조창원 특파원 박종원 기자】 미국발 보호주의와 미중 무역전쟁 파고 앞에 유럽연합(EU)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 시장이 유럽의 중요한 수출시장이라는 점에서 특정 국가의 편에 설 수 없는 처지다.

고위급 경제대화를 가진 중국과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일방주의 무역정책에 공동으로 반대의 뜻을 밝히면서도 공조체제를 갖춰 미국을 협공하는 선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26일 중신망 등에 따르면 중국과 EU는 전날 베이징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와 유르키 카타이넨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고위급 경제대화를 열어 "규칙에 기반한 국제무역 체계를 유지해나가자"는데 동의했다. 미국의 일방주의 무역정책에 반대한다는 큰틀에선 합의를 봤지만 미국을 직접 겨냥해 공조체제에 이르진 못했다.

유럽 입장에선 미국의 일방주의를 거부하면서도 중국 역시 자유무역질서를 깨는 원인을 제공한 국가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카타이넨 부위원장은 회담후 주중 EU대사관에서 가진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EU는 어느 한쪽을 지지해 줄서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유일하게 지지하는 것은 규칙을 기반으로 한 무역체계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일방주의 무역정책은 세계무역기구(WTO) 원칙, 규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미국이 이런 노선을 걷게 된 데에는 중국시장의 강제적 기술이전과 산업보조 정책이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카타이넨 부위원장은 또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에 대해 "중국 정부가 하이테크 산업을 대규모 지원, 보조하고 있는데 이는 외국기업을 심각한 차별대우와 불공정경쟁에 노출시키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경제대회에서 주목되는 성과인 WTO 체제 개혁도 난제다. 카타이넨 부위원장은 WTO 기제에는 중국이 야기한 불공정 무역문제를 해결할 유효한 방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국 측과 WTO 현대화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실무기구 설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개혁안에는 중국제조 2025 산업에 대한 보조 중단이나 감축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중국이 참여를 꺼려할 것으로 관측된다.

EU가 미국에 대해 품고 있는 입장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조치에 맞서 EU가 맞보복 관세를 단행하며 양측간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EU의 자동차 등 핵심산업을 추가로 겨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도 EU가 반격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추가보복조치가 결국 미국과 거래가 많은 EU기업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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