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무역전쟁 위기 고조에도… 금값, 왜 힘 못쓰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5 17:31

수정 2018.06.25 17:31

美 경제성장 지속 견해 우세, 연준 금리인상 역풍 더 강력..달러·美 단기 국채에 투자
무역전쟁 위기 고조에도… 금값, 왜 힘 못쓰나


【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글로벌 무역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값이 최근 약세를 벗어나지 못해 관심을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금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미국의 지속적 경제성장에 베팅하면서 미·중 통상갈등을 아직은 대단한 위기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금 6월 인도분은 최근 온스당 1267달러 안팎에서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에는 전일 대비 0.3% 하락, 온스당 1267.20달러까지 밀리며 지난해 12월 20일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금값은 지난주 거의 3% 내렸으며 올 1월 고점 대비로는 7% 하락했다.

■금값 향후 더 하락 가능성

WSJ에 따르면 최근의 금값 약세는 올해 초반 상황과는 완전히 대조된다. 금값은 올해 31.1g(트로이온스)당 1350달러를 여러 차례 돌파했으며 일부 강세론자는 금값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1400달러를 뚫고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금 일부 분석가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성장세가 유지되고 금값이 1250달러 밑으로 내려갈 경우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 베팅한다.

투기세력들도 금에 신중한 입장으로 전환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는 헤지펀드와 다른 투기적 투자자들의 금값 상승에 대한 순베팅이 2018년에 40% 넘게 감소, 5월 말 현재 지난해 여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음을 보여준다. 금 상장지수펀드로 자금 유입도 계속 미지근한 상태이며 금의 물리적 수요를 가리키는 아메리칸 이글 금화 수요는 최근 수년 최저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는 전년 대비 기준으로 2010년 이후 최고 성적을 보여준 2018년 초반의 금 랠리가 이제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금 대신 달러-美단기 국채 투자

통상 지정학적 위기나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시기에 강세를 보이는 금값이 부진을 탈피하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강력한 경제성장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전망 때문이다. 유럽과 신흥시장의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는 반면 미국 경제는 여전히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를 바탕으로 연준은 점진적 금리인상 정책을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달러 강세와 미국 국채 수익률의 최근 상승 흐름도 금값에 부정적이다. 달러 상승은 달러 이외 화폐를 지닌 투자자들의 금값 구입 부담을 키운다. 금 등 상품 가격은 달러로 표시된다. 또 금과 경쟁 관계에 있는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의 수익률 상승은 투자자들을 금 대신 국채로 몰리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매뉴라이프 자산운용의 글로벌 자산배분 매니징의 네이선 투프트 이사는 WSJ에 "금 투자는 지금 유행을 타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사람들은 금보다는 미국 단기 국채나 달러에 베팅하려 한다"고 말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상품 담당 이코노미스트 시모나 감바리니에 따르면 무역전쟁은 미국 기업들에 타격을 주겠지만 미국 기업들의 손실은 다른 나라 기업들과 비교하면 작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녀는 금값은 일반적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상승하지만 "연준의 금리인상에서 비롯되는 역풍이 무역긴장에서 비롯되는 금에 대한 잠재적인 긍정적 영향보다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jdsmh@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