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21세기 술탄' 등극한 에르도안 … 터키 경제엔 암울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5 17:24

수정 2018.06.25 21:59

대선·총선 모두 승리하며 최장 2033년까지 집권 가능
미국과 무역분쟁 충돌하고 자국 통화정책 노골적 개입..터키경제 정치적 부담 확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의원내각제 터키 정부의 총리로 취임해 지난해 개헌으로 대통령이 된 그는 이날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최장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승리로 인해 터키 공화국 역사상 국부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초대 대통령(15년) 이래로 가장 오래 집권한 지도자가 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의원내각제 터키 정부의 총리로 취임해 지난해 개헌으로 대통령이 된 그는 이날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최장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승리로 인해 터키 공화국 역사상 국부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초대 대통령(15년) 이래로 가장 오래 집권한 지도자가 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와 총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며 '21세기 술탄'에 등극했다. 지난해 '제왕적 대통령제'로 헌법을 개정한 에르도안은 이날 승리로 최장 2033년까지 사실상 '종신집권'이 가능해졌다.

25일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터키 최고선거관리위원회(YSK)는 98% 이상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52.5%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유력한 경쟁후보였던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후보 무하렘 인제 의원은 30.8% 득표에 그쳤다. 이로써 에르도안 대통령은 과반을 득표하면서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에르도안 대통령, 최장 30년 집권 가능

이날 동시에 치러진 총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은 42.4%를 득표했다. AKP와 선거연대를 구성한 우파 성향 '민족주의행동당(MHP)'이 11.2%를 얻으면서 여권 전체 득표율 역시 53.6%로 과반을 유지했다. CHP는 22.71% 득표에 그쳤고 쿠르드계 등 소수집단을 대변하는 '인민민주당(HDP)'은 11.5%를 얻어 원내 진출에 필요한 최소 지지율 10%를 넘겼다. 대선과 총선의 투표율은 87%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AKP 단독 과반 달성에는 실패했을 뿐 두 선거에 모두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한 대선 승리 연설에서 "국민은 우리에게 대통령직과 행정부 직책을 수행할 의무를 줬다"며 2016년 군부 쿠데타 이후 침체에 빠진 터키의 번영과 안정을 일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전환을 결정한 개헌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장 2033년까지 초장기 집권이 가능하게 됐다. 지난해 4월 개정된 터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임기는 5년이며 중임할 수 있다. 중임 대통령이 임기 도중 조기 선거를 실시해 당선되면 다시 5년을 재임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2033년까지 권좌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총리로 재직했던 기간을 합치면 최대 30년간 집권이 가능하게 된다. 사실상 종신집권이다.

■ 터기 경제 노골적 개입 가능성도

이날 선거결과에 CHP가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웠다. CHP 대변인 뷜렌트 테즈잔 의원은 개표 중반 앙카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참관인 보고를 종합하면 에르도안 대통령 득표율은 아무리 많게 잡아도 48%를 넘을 리가 없다"며 "결선투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테즈잔 의원은 개표 종반에도 실제 개표 속도보다 보도가 훨씬 앞서 있다며 관영 통신을 통해 보도된 개표결과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권력을 다진 에르도안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 터키는 유럽으로의 난민 유입을 통제하는 '실세'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미국과 무역분쟁 등으로 충돌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터키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선기간 경제성장 촉진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 사업 투자와 저렴한 소비자 대출에 의존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략으로 터키가 해외투자 유입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됐으며 이것이 대형 정치적 리스크로 비춰질 경우 터키 경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터키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등에 간섭을 해왔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더 노골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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