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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여가가 있는 삶… '워라밸'의 시작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2 17:27

수정 2018.06.22 17:27

조용철 문화스포츠부 차장
조용철 문화스포츠부 차장

주 52시간 근로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4차 산업혁명 등 사회적 전환기에 핵심 키워드로 '여가'의 중요성이 계속 높아져만 간다. 과로사회를 종식하고 삶의 여백에 다양한 색과 향을 채워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로의 이행이 필요한 시점이 찾아온 것이다. LG경제연구원도 글로벌 20대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여가의 중요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 95.1%, 중국 79.1%, 일본 93.6%, 독일 91.2%, 미국 89.6%가 여가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삶의 질'을 나타내는 BLI(better life index)지수는 지난 2013년 27위에서 2017년 29위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2017년 BLI지수 가운데 여가 및 일상 개인시간과 장시간 근로자의 비율인 '일과 삶의 균형 측정지표'는 조사대상 38개국 가운데 35위를 기록했다.


특히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우리 사회도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비춰봐도 707만명이던 2017년 노인인구가 2030년엔 1295만명, 2050년엔 1853만명으로 급격한 증가가 예상된다.

한국 경제도 제조업과 수출경제의 한계로 인해 새로운 경제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왔다.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인 일본 단카이 세대의 사례처럼 소비여력을 갖춘 베이비부머 은퇴 후 여가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로운 경제전략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져만 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다양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TV 시청, 인터넷 검색, 게임과 같은 소극적 여가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0년간 여가시간 부족이 문화, 체육, 관광 활동 등 여가활동 참여의 핵심적 제약요인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 경제불안 등으로 경기변동에 민감한 여가비 지출이 줄고 저소득층 참여형 여가 활동의 제약도 짚고 넘어가야 할 제약요인 중 하나다.

이에 정부는 '일과 삶의 균형을 여가로 해결하겠다'며 1차 국민여가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근로자휴가 실태조사를 올해부터 정례화하고, 직장인 연차휴가 사용 현황을 확인해 직장인의 연차휴가 사용실태를 국가승인통계로 만들 계획이다. 근로자의 휴가권을 대폭 강화해 여가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끈 한 카드회사의 광고 문구다. 하지만 광고는 광고일 뿐 대부분의 직장인은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오로지 일에만 매달린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두번째로 긴 나라다.
이런 불명예를 언제까지 계속 이어갈 수는 없다. 정부 노력에 발맞춰 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공정한 행복도구'로서 여가정책을 적극 추진해 행복의 양극화를 완화하고, 삶의 자율성과 다양성 실현을 통해 사회 전반적인 활력을 회복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yc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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