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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독주시대...일본 '엔' 나홀로 강세인 이유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2 17:25

수정 2018.06.22 17:25

달러대비 국가별 통화가치 추이 단위:% 자료:팩트셋, 월스트리트저널 위부터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유로, 캐나다 달러//2018년1월-6월20일
달러대비 국가별 통화가치 추이 단위:% 자료:팩트셋, 월스트리트저널 위부터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유로, 캐나다 달러//2018년1월-6월20일


일본 GDP대비 경상흑자 비율 단위:%,2018년은 추정치 자료=WSJ, IMF
일본 GDP대비 경상흑자 비율 단위:%,2018년은 추정치 자료=WSJ, IMF
일본 엔이 미국 달러 강세 속에서도 나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발 무역전쟁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몸값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엔은 무역긴장이 완화되고, 세계 경제가 성장 동력을 다시 회복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이로써 달러 독주 시대에도 살아 남은 전천후 통화가 된 셈이다. 이는 적어도 해외에서 일본 상품과 경쟁하는 한국 등으로서는 유리한 측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와타나베 부인'들 속속 귀향
WSJ은 올들어 시장 변동성이 다시 높아지고, 무역긴장은 고조되며 세계 경제 성장세는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전자산’ 엔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4월 이후 달러 오름세가 탄탄해지면서 신흥시장 통화는 물론이고 주요 통화들 모두 줄줄이 가치가 하락했다. 유로는 올들어 달러에 대해 3.7% 하락했고,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등도 값이 떨어졌다.

엔은 예외다. 이전 최고치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올해 내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은 연초대비 달러에 대해 1.9% 상승한 110.6엔을 기록하고 있다.

불안한 해외 시장 상황으로 일본인들의 해외 투자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해외에 금리차를 노리고 투자된 자금인 엔캐리 트레이드가 일본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들의 귀향인 셈이다.

일본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이 같은 엔 강세를 뒤에서 받쳐주기까지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8%를 기록할 전망이다.

덕분에 엔은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강세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엔은 게다가 지금 같은 어려운 시절 말고도 경제 전망이 나아지는 상황에서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양적완화 변화 감지되면 더 뛸 가능성
일본은행(BOJ)이 아직은 양적완화(QE) 기조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이 같은 태도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감지되면 엔이 뛸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유로, 파운드 모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중립 전환 초기에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엔이라고 다를 수 없다.

구조적으로 엔이 앞으로 상승 추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모간스탠리는 일본의 고령화가 엔 강세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년층은 젊어 저축한 돈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돈을 벌 때 외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일본으로 들여와 생활비로 쓸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엔 수요 증가와 가치 상승을 부르게 된다는 논리다.

엔 추가 상승 전망의 또 다른 배경에는 엔이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자리잡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이달초 분석에 따르면 분석대상 31개 통화 가운데 엔이 가장 저평가된 통화였다.


결국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 높은 경상수지 흑자, 인구 고령화, 저평가 등이 겹쳐 엔 강세 흐름은 적어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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