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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Change]북·중·러 국경 맞댄 하산, 남북경협 확대땐 최고의 요충지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1 17:21

수정 2018.06.21 17:21

新북방경제벨트를 가다 <2>북방 교두보 러시아·극동 1. 연해주 하산
유럽 잇는 부동항 자루비노, 곡물·LNG 기지 건설 한창
철도·전력망·가스관 통과..한국기업 등 투자 밀려올듯
러시아 연해주 하산군 남단에 있는 자루비노항만은 물류 요충지다. 이곳은 북한, 중국 국경과 인접해 있어 수출입 물류가 활발하다. 시베리아횡단철도가 항만과 연결돼 있다. 러시아의 석탄 등 광물자원을 철도로 실어와 배로 옮겨 한국, 일본, 중국 서남부 등으로 보낸다. 시베리아산 알루미늄괴를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선박에 싣고 있다. 사진=정상균 기자
러시아 연해주 하산군 남단에 있는 자루비노항만은 물류 요충지다.
이곳은 북한, 중국 국경과 인접해 있어 수출입 물류가 활발하다. 시베리아횡단철도가 항만과 연결돼 있다. 러시아의 석탄 등 광물자원을 철도로 실어와 배로 옮겨 한국, 일본, 중국 서남부 등으로 보낸다. 시베리아산 알루미늄괴를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선박에 싣고 있다. 사진=정상균 기자

[Big Change]북·중·러 국경 맞댄 하산, 남북경협 확대땐 최고의 요충지


【 하산(러시아)=정상균 기자】 러시아 연해주 하산군 남단 끝에 있는 자루비노 항만은 얼지 않는 부동항이다. 북한(나진), 중국(훈춘) 국경과 40~50㎞ 떨어져 있다. 지난 5일 오후 자루비노 항만 야적장에 쌓여 있는 수백개의 은색 알루미늄괴에 햇빛에 비쳐 눈이 부셨다. 우랄산맥에서 캐낸 시베리아산 알루미늄이다. 이곳 부두의 크레인이 쉴새없이 알루미늄괴를 선박으로 옮겨 실었다. 일본으로 가는 수출선박이다.

두 팔을 벌려 동해를 껴안듯 형성된 천혜의 만(灣)은 고요했다.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된 철로가 항만과 나란히 뻗어 있다. 항만은 크지 않았다. 4개 부두가 있는데 총 길이는 650m 정도다.

자루비노 항만을 운영하는 트로이차만 항만유한공사의 부린 바쳬슬라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항만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기자를 만나 "부두를 바다로 연장해 육상부두를 더 넓히는 등 현대화 작업을 곧 시작한다. 북극항로로 오는 대형 선박들도 접안하도록 항만 수심을 더 깊게 하는 공사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수출입 물동량이 지난해보다 15% 이상 늘었다. 러시아 극동투자와 남북 경제협력이 활발해지면 물동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루비노 항만 옆으로 만을 끼고 개발되지 않은 황무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하산군은 이곳에 곡물(밀) 수출입 전용 터미널을 건설할 계획이다. 1단계는 600만t, 2단계는 1200만t 규모다. 현재 항만 설계를 끝내고 러시아 정부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또 하산군은 자루비노항 북쪽의 페리보스나야에 액화천연가스(LNG) 항만 건설도 계획 중이다. 상당량의 LNG를 일본으로 수출하는 LNG 전용항만이다. 내년 중 착공해 2021년 가동할 계획이다.

남북한의 철도·전력망·천연가스관(PNG)은 모두 하산을 통해야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남북 긴장과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로 하산은 가까우면서도 먼 땅이었다. '은둔의 땅'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어느 때보다 높은 남·북·러 3각 경제협력 기대감에서다. 21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철도·가스·전기 3개 분야에서 남·북·러 3각 협력을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과 진심을 다해 협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중·러 3국 접경지역은 우리에게도 신북방 경제의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 정부가 극동 중에서 연해주 하산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개발 의지와 달리 법·제도와 인프라 여건이 미비해 그간 한·중·일 동북아 주요국은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양장석 KOTRA 블라디보스토크 무역관장은 "연해주 하산은 한반도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는 교두보다. 지금은 한국 등 외국 기업들의 투자가 많지 않다.
하지만 철도와 항만이 이어진다면 우리에겐 물류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러시아·중앙아시아로 진출하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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