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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경찰 재량 늘려주고, 檢에는 견제권 줬지만… 서로 불만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1 17:20

수정 2018.06.21 21:13

인권침해 ‘쟁점’ 여전.. 검 "이중조사해야 안전" 경 "수사일원화로 보호"
승자는 없다?.. 검 "보완수사 실효성 없어" 경 "검이 통제권 가져갔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부터)이 21일 서울 사직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부터)이 21일 서울 사직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따라 기존 형사사법체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찰 재량을 늘렸지만 동시에 검찰의 통제장치도 마련함으로써 기존과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 인권 보호라는 명분을 두고도 검찰과 경찰이 다른 입장을 보여 향후 입법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 수사 자율성 부여…검찰 통제장치도 마련

21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현행 형사사법제도는 경찰이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돼 있다.
이에 경찰은 그간 수사한 사건의 기록을 모두 검찰에 보내 기소·불기소 여부는 물론 주요 피의자 조사에 대해서도 수사 지휘를 받아야 했다. 공소권이 없거나 무혐의라고 판단되더라도 모든 사건을 일단 검찰에 송치해 기소 여부를 판단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은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를 폐지하도록 했다.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도 부여했다. 경찰수사에 상당한 자율성이 부여됐다는 평가다.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기 전까지 원칙적으로 수사를 지휘할 수 없으며, 1차적으로 모든 사건을 경찰이 종결해 사실상 기소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갖는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통제장치도 마련됐다. 사건 송치 후 공소제기 여부 결정과 공소유지 또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 청구에 필요한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경찰이 요구에 따르지 않는다면 경찰청장 등 징계권자에게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또 경찰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불송치하고 수사를 종결하는 경우 불송치결정문·사건기록등본을 검사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면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불송치 결정을 받은 고소·고발인 등 사건 관련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이에 경찰은 결국 실리는 검찰이 챙겼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 등 검사가 통제할 수 있는 경로가 있다"며 "결국 경찰은 명분만 챙기고 실리는 검찰이 다 챙겼다"고 지적했다.

반면 검찰은 경찰 권한이 막대한 상황에서 검찰의 통제장치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의 적법한 영장 신청 기준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사실상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모두 청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일선 검사들의 주장이다. 경찰이 적법한 절차를 걸쳐 영장을 신청한 것이라고 우기면 영장을 가려 기각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인천지검의 한 간부는 "이미 경찰의 권한이 막대한 상황에서 영장을 청구해달라고 떼쓰는데 보완수사 요구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청와대 사람들은 검찰에서 현장 경험을 쌓아야 말도 안 되는 안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 조사에 따른 국민 불편 및 인권침해 우려 해소?

정부가 이번 수사권 조정안 합의안에서 중점을 둔 것은 인권이다. 원칙적으로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준 것은 수사의 일원화로 사건 관계인들이 경찰에 이어 검찰에서 이중 조사를 받게 되는 불편함 및 그에 따른 인권 침해 우려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과 경찰은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를 자체 종결해 사건을 덮어버리는 등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재경지검의 한 간부는 "경찰에서 조사 받았는데 검찰에서 또 조사 받으면 인권침해라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고 검찰을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경찰이 사건을 덮어버릴 가능성이 있어 또 다른 인권침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검찰 인사 개입만 안하면 검찰 개혁을 완벽히 이룰 수 있다"고 각을 세웠다.

반면 경찰은 사건 관계인 등에 대한 이중 조사를 막아 인권을 보호하고 책임 수사를 제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이 지휘관계를 이용한 권력 오·남용 사례가 빈번하다며 이에 따른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검찰 수사 중 자살한 인원은 총 79명으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의 필요성을 '인권보호'라고 주장하나, 오히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조작 및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가 발생한다"고 했다. 아울러 경찰수사 무력화 및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등 폐단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사의 독점적 수사구조는 부패, 권한남용 등 많은 폐해를 양산했다"며 "막대한 권한을 독점한 거대한 권력 기관인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가 전혀 없어 붕괴된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sunjun@fnnews.com 유선준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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