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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반격 나선 EU, 미국산에 25% 보복관세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1 17:15

수정 2018.06.21 21:17

버번위스키·오렌지주스 등 공화당 지역 특산물 정조준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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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지난 3월에 예고한 대로 미국의 일방적인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오는 22일부터(이하 현지시간)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이에 대해 미 의회에서는 우방에 '관세폭탄'을 떨어뜨린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사진)은 20일 발표에서 이같은 일정을 확정했다.

말스트롬 위원은 "우리도 이런 상황을 원하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미국이 EU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추가적인 관세를 붙이는 일방적이고 부당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양보다 질'로 보복하는 유럽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이후 한국, EU, 캐나다, 멕시코 등 7개국에 대한 관세부과를 일단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4월 협상에서 철강 수출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동결한다는 조건으로 해당 관세를 영구면제 받았고 호주와 브라질, 아르헨티나도 미국과 관세면제 협상을 마무리했다. EU와 캐나다, 멕시코는 유예기한인 지난달 31일 자정까지 미국과 합의에 실패해 6월 1일을 기해 관세폭탄을 맞게 됐다.

EU는 이미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직후 보복의사를 밝혔다.

22일부터 시행되는 보복관세는 앞서 EU가 제시한 보복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EU는 버번위스키, 오렌지주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을 포함한 28억유로(약 3조5910억원)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물릴 계획이다. BBC는 28억유로라는 액수가 미국이 EU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연 수입액(64억유로)에 비해 작은 규모지만 EU가 매우 정치적인 고려를 거쳐 관세 품목을 결정했다고 분석했다. 버번위스키의 경우 공화당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켄터키주의 특산품이며 오렌지주스가 주로 나는 플로리다주는 선거에서 지지파벌이 자주 바뀌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미 의회는 오는 11월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말스트롬 위원은 EU가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IO) 규정을 온전히 준수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자평했다. EU는 이미 미국을 WTO에 제소한 상태다.

■美의회, 트럼프 정부 질타

같은 날 미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여야의원들의 무차별적인 공세에 진땀을 빼야 했다.
패트릭 투메이 상원의원(공화·펜실베이니아주)은 트럼프 정부가 "관세 부과를 위해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들이미는 것은 "완전히 부적절하다"고 비난했다. 클레어 맥카스킬 상원의원(민주·미주리주)은 트럼프 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 강행 당시 관세 면제 목록을 함께 내놨어야 한다며 "트럼프 정부는 관세 문제를 혼란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무능력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스 장관은 "대통령은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을 되살리려는 것이며 수입을 계속하면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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