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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Change] 무역전쟁 넘으려면 트럼프의 속내 읽어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1 16:59

수정 2018.06.21 16:59

中 기술패권 견제 등 목적..美기업·소비자 부담에도 수입관세 부과 잇단 추진
"무역전쟁 두려움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양보할 것" 잘못된 계산·자신감 분석
자칭 협상의 달인 트럼프, 미국에 이익된다 판단땐 언제든 돌아설 가능성도
[Big Change] 무역전쟁 넘으려면 트럼프의 속내 읽어라

【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얼마 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보호주의와 관세장벽을 둘러싼 트럼프와 다른 6개국 지도자들 간 견해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트럼프는 중국이 반격할 경우 추가 보복을 경고했고 EU 등 다른 국가들도 미국에 맞대응을 선언했다. 미국이 철강과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관세부과 방침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보호주의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던 세계 많은 나라들은 허를 찔렸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아시아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루이스 쿠이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과 중국의 상호 관세 부과가 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잠재적 무역전쟁 발생 공포는 기업신뢰도와 해외투자를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게 되면 세계 경제는 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무역전쟁 불사하려는 트럼프 속내는

수입 관세는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운다는 거센 국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보호주의를 밀고나가는 것을 올해 중간선거 및 2020년 대선과 결부시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트럼프의 무역정책을 단순히 선거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무역전쟁 발발 시 미국이 입을 피해 역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트럼프의 자부심인 미국 증시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으며 트럼프와 공화당의 지지 기반인 농민들과 경제계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은 잘못된 정책적 계산과 자신감의 부산물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보호주의를 밀고나가면 결국 다른 나라들이 무역전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굴복하게 되고 미국은 큰 피해 없이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는 뜻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단순 이론상 무역전쟁은 적자폭이 큰 나라에 궁극적 승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작년에 중국과의 무역에서만 3300억달러 넘는 적자,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약 550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의 통상전문가 클라우드 바필드는 FT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경제적으로 너무 강력해 다른 나라들이 우리에게 굴복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들의 경제이론이 타격을 받을 때까지 (세계를) 시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보호주의를 밀고나가는 또 다른 중요 목적은 중국 견제다.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중국 제조 2025'를 정조준했다는 뜻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 품목에 중국이 글로벌 기술 패권을 노리고 중점 육성하는 첨단제품들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CN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 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을 도용해 미국 경제에 연간 2250억달러에서 6000억달러의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고 추산한다.

■체면만 세우고 타협할 가능성도

트럼프 행정부가 바라는 것은 물론 교역 상대국들의 양보다. 지금 세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동차 관세다. FT는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은 연간 1900억달러에 이르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되면 글로벌 무역의 8.5%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 전반에 심각한 혼란이 초래되고 미국의 주요 교역 파트너인 캐나다, 독일, 멕시코, 일본에도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현재 글로벌 경제상황도 트럼프에게 불리하지는 않다. 중국의 성장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의 5월 투자, 소비자지출, 그리고 수출 증가세는 모두 전년 대비 크게 둔화됐다. 경상수지 흑자도 감소세다. 중국 입장에서 미국과의 전면적 무역전쟁은 큰 부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럽 경제 성장세도 약화됐다. 이에 비해 미국 경제는 중국 등 신흥시장은 물론 유럽을 포함한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여러 모로 양호하다.

물론 타협을 통한 위기해결 가능성은 존재한다.
트럼프는 자칭 협상의 달인이다. 미국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입장 변경이 가능하다.
아론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지난 17일자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재를 받은 중국 통신장비제조업체 ZTE가 거액의 벌금을 물고 사태를 마무리한 사례를 가리키며 "체면을 세우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jdsm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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