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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Change] "수출 더이상 G2에만 기댈 수 없다" 한국, 통상전략 새로 짠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1 16:59

수정 2018.06.21 20:57

글로벌 통상전쟁에 대처하는 자세
FTA·철강관세 일괄 타결 이어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조치엔 WTO 제소 등 주도적 대응 나서
新북방·新남방 정책 지렛대로 美·中 의존도 줄이고 새시장 개척
글로벌 통상전쟁이 뜨겁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불허, 공격적 통상 압박에 상대국들이 이를 수습하고 대응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나라를 상대해선 주요 2개국(G2)인 미국·중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년3개월 새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며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및 태양광 모듈 쿼터 제한(2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철강관세 25%를 부과(3월)했다. 최근엔 자동차 관세(25%) 부과도 예고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말 수입산 자동차, 트럭, 부품 등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상무부에 지시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사드 보복' 조치로 한국 첨단기업을 압박하더니 최근엔 한국 반도체 기업의 가격담합 의혹 조사를 개시했다.

이 같은 복잡한 통상마찰에 대응해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상대의 수를 읽지 못하는 오판도 했다. 그렇게 정부는 어렵게 미국과 FTA와 철강관세를 타결하고, 일단 한시름 놓았다. 그러면서 정부는 통상조직을 확대하는 등 전열을 정비했다. 끌려다니는 통상이 아닌 주도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부 통상마찰 대응 전열 정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미국의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조치(2월 7일 발효)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세이프가드 발동 3개월여 만이자 미국과 교역국 중에 처음이다. 앞서 지난 4월 우리 정부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4억8000만달러 상당의 양허정지(없앴거나 축소한 관세를 다시 부과하는 일종의 보복관세)를 통보했다. 이와 별개로 같은 달 우리 정부는 미국이 '불리한 이용가능한 사실(AFA)'을 과도하게 적용해 우리 철강업체에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며 WTO에 제소했다.

WTO 제소가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지는 불투명하다. 최종 WTO 협정 위반여부 판정까지 통상 2~3년 이상 걸리는 일이다. 다만 미국의 부당한 무역보복 조치에 원칙 대응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상징적인 조치라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미국과 FTA 개정과 철강관세 협상을 일괄 타결했다. 협상 개시 3개월여 만이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수출쿼터(전년 대미 수출물량 70%)를 조건으로 철강 25% 관세 영구면제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의 통상 압박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잠재적 리스크다. 추후 예상되는 수입산 자동차 관세를 비롯해 반도체 시장침해 조사 등 여러가지 통상 압박 이슈가 예상된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하면 자동차 수출의 3분의 1 이상(85만대)이 미국시장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에 타격은 상당하다.

■신북방·신남방 등 다각화 전략 추진

결국 통상의 문제는 통상으로 풀어야 한다. 정부는 신(新)북방·신남방과 FTA를 다각화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4월 산업부는 문재인정부의 '신통상 전략' 골격을 △2022년 수출(7900억달러) '세계 4강' 도약 △미국·중국과 통상관계 재정립 △신북방·신남방 중심의 수출다변화로 제시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010년 이후 일본의 수출은 연평균 2.3%, 우리는 5.9% 성장했다. 신통상 전략으로 수출증가율을 6.6% 이상으로 높이면 일본 추월은 실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미국·중국에 의존하는 수출(2017년 36.7%)에서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지렛대로 신흥시장을 확장한다. 신북방 정책은 북극항로를 활용한 '유라시아로의 확장'이다. 이를 위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키르기스·아르메니아 등 옛소련 5개국)과 FTA를 타결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도 검토한다. 한·중·일 3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 등 아세안·인도시장을 확대하는 신남방 정책에도 힘을 쏟는다.

통상정책은 변수가 많고 예측도 쉽지 않다. 미·중 통상전쟁이 유럽연합으로 확대되면서 수출 중심의 우리경제에 미칠 후폭풍은 커져만 간다. 통상이 정치·외교·안보·경제 등 여러 이슈와 얽혀 있어 유관부처와 팀코리아로 한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전자제품·반도체·철강·선박을 더 많이 수출하는 통상정책을 답습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계속 경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문재인정부는 수출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시스템·제도적 정비가 미진하다.
통상 액션플랜을 조속히 구체화하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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