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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LG 계열분리, 시나리오만 무성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1 16:54

수정 2018.06.21 21:26

구광모 상무 부담 줄이려 비주력 계열사 분리 가능성
LG상사·LG CNS 등 물망..구본준 거취에 관심 쏠려
깜깜이 LG 계열분리, 시나리오만 무성


LG가 이달 말 '오너 4세'인 구광모 상무 체제 출범을 앞두면서 구본준 부회장(사진)의 계열분리 이슈가 그룹 안팎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총수 역할을 대행했던 구 부회장은 구 상무 체제 출범과 동시에 독립경영을 공식화했지만 계열분리 대상과 방식 등이 아직까지 '깜깜이'라 다양한 시나리오들만 확산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비주력 계열사를 통한 계열분리 가능성이 유력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구 부회장이 LG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 주요 주주로 남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LG그룹의 지주사인 (주)LG 임시주주총회에서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승인되면 구 부회장의 계열분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구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장자승계원칙에 따라 조카인 구 상무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계열분리를 통해 독립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2세인 구자경 명예회장과 3세인 구본무 회장 취임 당시에도 그룹 경영에 참여했던 친척들이 비주력 계열사를 통해 독립경영에 나선 바 있다.
이런 전통에 따라 구본준 부회장도 그룹의 비주력 계열사 1~2곳을 떼내 계열분리를 추진할 것이라는 게 LG 안팎의 예상이다.

구 부회장은 현재 지주사인 (주)LG의 미등기임원이지만 지난 해부터 형인 고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총수 역할을 맡아왔다.

구 부회장은 (주)LG 지분 7.72%를 보유해 구 회장(11.28%)에 이어 총수일가 가운데 2대 주주에 올라있다. 또 LG화학의 기타비상무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스포츠마니아답게 그룹이 운영하는 LG트윈스 프로야구단 구단주도 맡고 있다.

일부에서는 구 부회장이 대표로 재직했던 LG전자, LG디스플레이까지 계열분리 대상으로 거론하지만 그룹의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LG 임원 출신의 한 관계자는 "전자나 디스플레이는 화학(LG화학), 통신(LG유플러스)과 함께 그룹의 두 축을 맡고 있는 핵심 회사들이고, 전례를 보더라도 계열분리 대상이라는 건 난센스"라며 "더욱이 구 부회장의 자금력이 이들 회사를 인수하기에는 여력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각각 14조원, 7조원 수준으로 구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올라서기에는 기업규모가 크다. 구 부회장의 지주사 지분 가치는 현재 1조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구 부회장이 비주력 계열사들 가운데 1~2곳을 가지고 계열분리를 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LG 안팎에서는 구 부회장이 지난 2007~2010년까지 대표를 지냈던 LG상사나 반도체 계열사인 실리콘웍스, 비상장사들인 LG CNS, 서브원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구 부회장은 LG반도체와 LG필립스LCD의 대표를 역임하며 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남달리 높기로 유명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술집약적인 기업간거래(B2B) 영역의 계열사와 함께 계열분리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구 부회장은 LG전자 대표 시절에도 LG전자 연구소뿐 아니라 LG화학 대전연구원 등 계열사 연구시설들을 수시로 방문할 만큼 연구개발(R&D) 분야에 애착이 강했다.

구 부회장이 주요 주주로 남아 그룹의 경영권 안정화에 보탬이 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다른 계열사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애착이 강했던 LG에서 분리될 경우 독립경영보다는 주주로서 남아 그룹 지배구조 안정화에 도움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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