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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Change]GDP 규모만 382조원… 홍콩·마카오와 '메가경제권' 꿈꾼다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0 17:33

수정 2018.06.20 20:56

北 개혁개방, 中 경제특구서 답을 찾다 <1> 선전특구
텐센트·화웨이 등 굵직한 기업 포진, 인구 80% 외지인…평균연령도 낮아
중국 '4차산업혁명 메카'로 급부상, 과감한 稅 혜택과 거대한 내수 발판..GDP규모 홍콩 누를 정도로 성장
인근 첸하이로 개발지역 넓혀가는중
[Big Change]GDP 규모만 382조원… 홍콩·마카오와 '메가경제권' 꿈꾼다

덩샤오핑 동상이 세워진 중국 광둥성 선전 롄화산 공원 정상에서 앞 방향으로 선전시청 건물이 날개를 편 듯한 외관을 드러내고 있다. 멀리 보이는 섬은 중국 초기 개혁개방의 선호 모델이던 홍콩이다.
덩샤오핑 동상이 세워진 중국 광둥성 선전 롄화산 공원 정상에서 앞 방향으로 선전시청 건물이 날개를 편 듯한 외관을 드러내고 있다. 멀리 보이는 섬은 중국 초기 개혁개방의 선호 모델이던 홍콩이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청 인근 롄화산 공원 정상에 올라서면 거대한 덩샤오핑 동상이 눈을 사로잡는다. 당당한 발걸음으로 탁 트인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 담대한 의지를 읽게 한다.
덩샤오핑이 걷는 방향 바로 앞에 좌우로 긴 날개 모양의 지붕을 잇고 있는 선전시청이 내려다보인다. 동상이 세워진 공원부터 선전시청 사이에 중앙길을 일부러 만들어놨다. 바다 건너 보이는 섬은 홍콩이다. 선전을 경제특구로 만든 뒤 홍콩을 아우르는 세계적 도시를 만들겠다는 당시 야망이 현실이 됐다.

【 선전=조창원 특파원】 1970년대 인구 3만명 남짓의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선전시는 40년이 흐른 지금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첨단하이테크 도시로 성장했다. 사회주의국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기 위해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홍콩에 인접한 천혜의 지리적 여건과 전자부품 생태계 및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창의정신까지 결합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견주는 혁신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선전경제특구 진화는 현재진행형

선전이 경제특구로 지정된 지 39년 만에 경제개발 모델이던 홍콩을 따라잡는 이변이 벌어졌다. 지난 2월 홍콩 통계처가 공개한 지난해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3.8% 증가한 2조6626억 홍콩달러로 이를 당일 홍콩달러·위안 간 기준환율로 환산하면 2조1530억위안(약 366조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8.8%의 증가율로 GDP 규모 2조2438억위안(약 382조원)을 기록한 선전보다 908억위안 낮은 수치다. 선전의 성장배경으로 정부 주도의 과감한 세제혜택, 홍콩에 인접한 항구도시,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 등이 꼽힌다.

선전의 발전속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선전시는 2010년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 경제특구를 시 전체로 확대했다. 경제특구 면적이 종전의 395㎢에서 1948㎢로 5배가량 늘었다.

선전 중심가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한 시간여 차를 타고 도착한 첸하이 자유무역구가 대표적이다. 첸하이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국제금융, 정보기술, 현대물류 등 3개 지구로 나눠 건설 중이다. 첸하이 자유무역구 입간판이 위치한 곳에서 먼 곳에 대형건물들이 이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첸하이 개발은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현장방문 이후 가속화됐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주변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일단 법인 등록을 받아주는 대신 사무실 운영은 다른 곳에서 하는 게 허용되고 있어 법인등록을 하려는 기업들이 많다"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기 논란까지 일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4차 산업혁명 '메카'로 부상

선전은 경제특구의 장점을 넘어 혁신도시로 무한확장하고 있다. 화웨이와 텐센트를 비롯해 드론계의 애플 다장(DJI), 세계 1위 전기자동차 기업 비야디(BYD) 등 중국 정보기술(IT)산업을 대표하는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선전에 포진한 게 스타트업 유입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낳고 있다.

실제로 혁신이 일상이 된 선전 분위기를 타고 각국의 스타트업들이 선전으로 몰리고 있다. 기회의 땅인 선전에 몰리는 스타트업을 육성해 기업공개를 지원하는 창업센터도 100개가 넘는다. 중국 스타트업 육성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아이메이커베이스 관계자는 "우수한 유전자를 갖춘 회사들이 많아 처음부터 이를 잘 골라내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창업지원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곳의 스타트업들의 핵심 경쟁력은 창업자의 기업가 정신과 실행력"이라며 "뛰어난 프로젝트를 갖춰야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어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제품 상가인 화창베이를 중심으로 혁신제품이 쏟아지는 배경을 갖춘 점도 난산소프트웨어산업단지의 부흥과 혁신 생태계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중국 선전 난산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선전센터의 남궁영준 센터장은 "스타트업이 전자펜을 하나 만들려면 보통 100개 이상 제품주문이 필요한데 화창베이는 샘플을 하나만 주문해도 일주일 내에 뚝딱 만들어낸다"면서 "제조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금융이 어우러진 혁신 생태계가 선전 발전의 핵심 유전자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전시 문화 분위기가 젊고 대외개방적이라는 점도 혁신 코드와 맞아 떨어진다. 남궁 센터장은 "선전은 80% 이상이 외지인이라 사업 마인드도 중국 내 타지역보다 현실적이고 빠르다"면서 "스타트업을 키우는 창업센터만 100개가 넘으며 이 지역 인구 5명당 1명이 창업한다는 통계도 있다"고 덧붙였다. 선전에서 가이드를 하는 인광연씨는 "다른 지역에 비해 공무원들의 나이도 젊고 친절해 행정처리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면서 "텐센트 본사 직원의 평균연령이 29세이고 선전이 27세다"라고 말했다.

■'웨강아오' 전략의 요충지

올해 선전 경제특구에 들어오는 인력과 상품을 통제하던 장벽이 사라진 점도 선전시가 새로운 도약을 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더 이상 경제특구의 제한된 영역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다. 이는 선전이 낮은 인건비로 경제특구라는 울타리 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던 제조업 1.0시대를 마감하고 광역클러스터의 중심기지로 거듭나는 혁신 2.0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바로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묶어 세계적 경제권으로 개발하려는 계획인 웨강아오(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플랜이다.


선전시는 올해 중국 개혁개방 40년을 맞아 '웨강아오 대만구' 전략을 본격 시행키로 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웨강아오 대만구 건설에도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웨강아오 대만구 계획은 중국 주장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 일대의 광둥성 선전·광저우·주하이·둥관·포산·후이저우·중산·장먼·자오칭 등 9개 도시와 홍콩·마카오 경제를 통합하는 '메가 경제권'을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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