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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Change]부울경도 접수한 文정부, 국회 열리면 ‘지방분권’이 첫 카드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0 17:07

수정 2018.06.20 17:10

6·13 지방선거 이후 판도 변화..속도 내는 지방분권 입법
2004년 한번 좌절됐고 개헌 불발에 흐지부지
6·13 승리로 분위기 반전..당청, 지방정부 장악 통해 분권 로드맵에 힘 실려
재보궐 통해 의석수도 확보, 19부처·101법률·609사무..지방분권일괄이양법 상정 최우선 실시로 가닥잡아
[Big Change]부울경도 접수한 文정부, 국회 열리면 ‘지방분권’이 첫 카드


지방분권 개헌이 실패했지만, 입법으로 지방분권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6·13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정부가 중앙과 지방정부를 장악하면서 지방분권 속도는 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재보궐선거로 의석 수까지 늘린 여당이 지방분권일괄이양법 추진 의지를 불태우고 있고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본격 가동돼 중앙정부 힘빼기를 비롯한 중앙과 지방 간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도 가속화된다.

무엇보다 지방재정 문제를 해소하고 효율적인 지방분권을 위한 제도 정비 과정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여, 실질적 지방분권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다만 지방자치단체 역량이 아직 주어진 권한에 걸맞지 못한 경우도 많아 급격한 추진보다 단계적인 분권 작업을 시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지방분권 입법 탄력받나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앙정부 사무의 지방 이양률은 70%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집권여당과 청와대는 지방분권일괄이양법을 향후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방선거 직전 정강정책 연설에서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실질적인 자치분권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14곳을 싹쓸이하며 압승한 민주당의 지방분권을 향한 발걸음은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세를 몰아 민주당은 지방분권을 위한 입법 과제 추진은 물론 지방정부와의 관계를 활성화시켜 지방분권 추진 속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지방분권일괄이양법을 최우선 입법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과감히 이양하고 지방정부의 책임행정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지방분권일괄이양법은 지방 사무는 주민과 가까운 기초 지자체가 담당하도록 중앙정부의 사무 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19개 부처의 101개 법률, 609개 사무가 해당 법의 대상이 되는 가운데 인·허가와 검사·명령, 신고·등록, 과태료 부과 등의 업무가 담겨있다. 과거 2004년에도 해당 법 제정이 추진됐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최근 19개 부처에 지방분권일괄이양법 추진 협조를 요청했고, 이들 부처도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이들 외에도 지방분권 과제 실현을 위해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해야할 입법과제가 많다.

지방분권이양법 외에도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한 자치경찰법, 자주 재원 확충을 위한 고향사랑기부금법 등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법과 지방세법, 지방교부세법, 지방재정법, 주민투표법, 주민소환법 등이 개정돼야 한다는 점에서 국회 차원의 입법을 무시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지방분권에서 가장 필요한 과제로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을 강화하는 일이 꼽힌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현재 8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7대 3을 거쳐 장기적으로 6대 4 수준으로 개편하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원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이에 동의하고 있어 향후 국회에서 해당 논의는 무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자치분권 강화 시기 도래

6월 개헌 무산으로 자치분권 로드맵 마련에 차질이 생겨 자치분권위는 이달 발표하기로 했던 자치분권 로드맵의 구체적인 내용을 다음달에 발표한다.

초안으로 잡혀진 문재인정부의 자치분권 로드맵은 연방제에 버금가는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을 추구한다.

중앙권한을 획기적으로 지방에 이양하고, 강력한 재정분권도 추진하는 한편 자치단체의 자치역량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선 과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지자체 자치역량 제고 차원에서 추진돼야 할 책임성 강화 작업이 시급하지만 현 정부에선 이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혜영 국회 입법조사관은 "현 로드맵에서 자치단체의 책임성 강화와 관련된 일부 과제는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의회의 의정기능 강화, 지방선거 제도의 개선, 지방감사 제도의 개편 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들어 지방분권의 여건이 제대로 마련됐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2014~2015년 누리과정 등 복지정책을 둘러싼 지방재정 악화 논란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 남았다. 여당 관계자는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 지방분권은 시련기를 맞이했던 때로 볼 수 있다"며 "노무현정부 때 지방분권이 혁신적으로 실행됐지만 이후 사그라질 뻔했던 불씨가 문재인정부에서 살아날 기회를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하혜영 조사관도 "역대 정부들은 지방분권을 주요 과제로 선정해 추진했으나 노력에 비해 실제 기대한 수준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합리적인 수준의 지방분권으로 자치단체의 자치역량을 키워 국가경쟁력 강화로 연결지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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