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혁신이 답이다-전세계 어그테크 바람] 인공고기·도시농장… 미래 농업을 혁신하다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0 17:00

수정 2018.06.20 17:00

순수농업 성장 한계 느끼며 어그테크 기업 투자 활발
인공 고기 '임파시블푸드' 1억8000만달러 넘는 투자 유치
수직농당 스타트업 '플렌티', 손정의 회장 2억달러 투자
"가장 보수적인 농업분야서 변화 일어나고 있는 중"
[혁신이 답이다-전세계 어그테크 바람] 인공고기·도시농장… 미래 농업을 혁신하다

글로벌 시장에 어그테크(AgTech) 열기가 뜨겁다. 어그테크는 Agriculture(농업)와 Technology(기술)를 결합한 합성어로 농업생명공학기술, 정밀농업, 대체식품, 식품전자상거래 등 미래의 농업을 앞당기는 분야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보다 넓은 개념으로 미국, 중국, 인도, 캐나다, 이스라엘 등 전 세계적으로 관련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투자가 몰리고 있다.

임파시블푸드 '임파시블버거'
임파시블푸드 '임파시블버거'


■빌 게이츠부터 손정의까지 어그테크 투자 붐

국내에서는 아직 낮선 개념이지만 어그테크는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가장 핫한 투자처 중 하나다. 2010년 4억달러에 불과했던 어그테크 투자는 10배로 커지며 지난해 40억달러를 넘었고 지난 5년간 투자규모만 140억달러가 넘는다.

어그테크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식물성 재료로 인공고기를 만드는 비욘드 미트와 임파시블푸드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임파시블푸드는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구글 벤처스 등으로부터 1억8000만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특히 2016년 6월 뉴욕의 미슐랭 레스토랑에 선보인 '임파시블버거'가 선풍적 인기를 끌며 지금은 미국 전역에 1000개가 넘는 레스토랑에서 임파시블푸드의 고기 패티가 공급되고 있다.

이후 실험실에서 고기를 직접 만드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도 등장했다. 2015년 300만달러의 벤처자금으로 설립된 멤피스 미트의 경우 시식회에서 선보인 미트볼이 기존 쇠고기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멤피스 미트는 지난해 빌 게이츠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창업자, 사료회사 카길로부터 17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인공계란 '비욘드 에그'를 개발한 햄튼 크릭도 주목받는 에그테크 스타트업이다. 빌 게이츠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진짜 계란과 맛이 똑같지만, 놀랍게도 콜레스테롤은 없는 미래 음식"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인공달걀로 만든 마요네즈 '저스트 마요'가 유명하며 쿠키반죽, 케이크 믹스 등 40개가 넘는 식물성 제품을 선보였다.

햄튼 크릭 '저스트 마요'
햄튼 크릭 '저스트 마요'


LG경제연구원 임지아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순수농업에서 성장에 한계를 느끼면서 에그테크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면서 "정밀농업(ICT를 활용해 비료, 물, 노동력 등 투입자원을 최소화하면서 생산량을 최대화하는 방식)이나 수직농장(건물로 된 농장)과 같은 분야로도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해 미국의 수직농장 스타트업 플렌티에 2억달러를 투자했고 중국도 정부 차원에서 99만1735㎡ 규모의 수직농장을 착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의 한 수직농장 사진
네덜란드의 한 수직농장 사진


■해외는 기업 주도, 국내는 정부가 주도

대체식품과 정밀농업 외에도 식품전자상거래도 어그테크의 핵심 분야다. 2016년 어그테크 투자유치의 40%가 식품전자상거래 스타트업에서 이뤄졌다.

전통적으로 식품시장은 온라인화가 가장 더딘 영역이다. 유통기간이 짧은 데다 냉장물류 등이 발목을 잡았는데 드론 등 새로운 배달수단을 활용하거나 빅데이터 활용 등으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에그테크가 시장을 확대한 셈이다.

에그테크는 에그푸드테크로도 불린다. 재배와 식품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두 가지 모두 글로벌 에그테크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 에그테크에서 그나마 속도를 내고 있는 분야는 스마트팜이다. 국내 에그테크기업 이지팜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팜은 온실재배 기술장비를 통신으로 제어하고 작물들의 빅데이터를 수집해서 그것을 활용하는 단계"라며 "정부 차원에서 청년 귀농인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팜을 활성화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스마트팜 기술 개발용 온실을 구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에서는 기업 주도로 어그테크가 이뤄지는 반면 국내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셈이다. 다만 같은 농사권인 일본과 중국이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는 점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임지아 연구원은 "농업은 변화에 대한 수용력이 가장 낮은 사업"이라며 "하지만 최근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장착한 어그테크 스타트업들이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익성 부분에서는 검증이 필요하다.
임 연구원은 "수익성이 나는 사업인지 검증이 돼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투자의 관점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