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美 유엔인권이사회 탈퇴..'개혁외면·반이스라엘 성향' 비판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0 15:38

수정 2018.06.20 15:38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가 1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의 유엔인권이사회(UNHRC) 탈퇴를 발표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가 1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의 유엔인권이사회(UNHRC) 탈퇴를 발표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19일(현지시간) 유엔인권이사회(UNHRC)를 결국 탈퇴했다. 지난해 10월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회원국 자격을 버린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두 번째 유엔 기구 탈퇴다. 미국은 UNHRC의 개혁 실패와 반이스라엘 성향을 탈퇴 이유로 꼽았지만 전날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 정책'을 "부도덕한 조치"라고 비난한데 대한 불만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미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UNHRC 탈퇴 결정을 발표했다.


헤일리 대사는 UNHRC가 미국이 요청한 개혁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며 "UNHRC는 너무 오랫동안 인권 침해자들의 보호자이자 정치적 편견의 소굴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권 침해자들이 계속 일하고 있고 이사회에 선출되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비인권적인 기관들이 계속 감시를 피하고 있고 위원회는 고위직 인권 침해자들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해 긍정적인 인권 기록을 갖고 있는 국가들을 정치적 논쟁거리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미국은 중국, 베네수엘라, 쿠바, 부룬디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인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드러내왔다. 지난해에는 이들 국가를 이사회에서 제명하고 이사회 회원국의 빈자리를 채우는 내용의 개혁안을 제출했으나 이사회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헤일리 대사는 UNHRC의 반이스라엘 성향도 지적했다.

그는 "(UNHRC는) 이스라엘에 불균형적인 시각과 고질적 적개심을 갖고 있다"며 "올해도 이스라엘 결의안 5개를 통과시켰는데 이는 북한과 이란, 시리아 결의안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했다.

다만 헤일리 대사는 인권이사회가 미국이 요구한 개혁을 이행한다면 "기쁘게 재가입하겠다"고 여지를 뒀다.

UNHRC이 불법이민자 부모와 아동을 격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을 비판한 다음날 미국측의 탈퇴 선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측이 불만을 제기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전날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어린이들을 학대해 부모들의 이주를 막으려는 것은 부도덕한 조치"라며 이같은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국제아동협약을 비준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의 UNHRC탈퇴는 이 기구의 회원국 지위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첫 사례다. 7년 전 리비아가 회원국 지위를 잃었지만 이는 자발적 포기가 아닌 강제 박탈이었다.

이날 발표에 대해 유엔과 유럽연합(EU), 인권단체 등은 한 목소리로 유감을 나타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이 UNHRC에 남는 것을 훨씬 더 선호했을 것"이라며 "UNHRC는 전세계 인권 증진 및 보호를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도 대변인 성명에서 "오늘의 결정은 세계 무대에서 민주주의 옹호자와 지지자로서 미국의 역할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정부가 용기있는 결정을 내렸다고 환영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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