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무역전쟁 격화] 中에 생산기지 둔 기업 직격탄… 중간재 수출기업도 타격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9 17:20

수정 2018.06.19 17:20

초긴장하는 수출업계.. 중간재 수출기업 파악 안돼 피해규모 짐작도 어려워
中 저가제품과 경쟁하는 스마트폰 등 일부 반사이익
美 中 결국 정치패권 다툼 연말까지 이슈화 이어질 듯
[무역전쟁 격화] 中에 생산기지 둔 기업 직격탄… 중간재 수출기업도 타격

미국이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규모를 20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선언하자, 국내 수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5일 1000여개 제재품목 발표에 이어 그 범위를 늘리면 국내 기업의 직·간접적 피해 수준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출 지원기관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미·중 양국 간 분쟁이라 우리 정부가 끼어들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예상 피해규모 산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싸움이 커질수록 우리나라와 대만 등으로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양측의 싸움이 정치적 이해관계도 얽혀 있는 만큼, 얼마나 오래 끌지가 관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라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우리나라 업체가 받는 피해는 두 종류다. 우선 한국 기업이지만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 생산품이 미국의 관세제재품목에 들어가면 당연히 피해를 입는다.

두번째는 중간재 수출기업이다. 중국 업체가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한국산 부품을 쓸 경우 이를 대미수출용 중간재라고 부른다. 만일 해당 완제품이 제재품목이라면 중간재를 수출하는 국내 기업도 타격을 입는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거나 대미수출용 중간재 생산기업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간재의 경우 몇 단계 밴더를 거쳐 중국에 공급되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 파악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현지 경기가 악화되면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전체적인 영향을 줄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도 대미국 수출의존도가 높은데 수출이 어려워지면 경제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며 "최근 들어 우리 기업들의 중국수출은 내수용(중국내수)이 많은데, 현지 경기 악화로 소비가 줄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혜는 없고, 피해는 있다

무역협회는 지난 15일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1102개 품목에 대해 관세 부과를 발표했을 때 국내 업종 중 전기전자·기계·철강 분야의 간접피해를 예상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수출기업 규모를 놓고 봤을때 그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결론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지난 4월 미국이 제재예상품목 1333개를 발표했을 때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예상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4%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가 확대되면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피해가 더 확산되는 셈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제품 수입이 감소하면 우리 기업들의 미국수출이 늘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정재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제품 수출감소로 스마트폰·통신장비 등 중국산과 경쟁하는 한국 제품 수출이 늘어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지만,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품 등은 중국 제품과 경합하지 않아 수혜를 보기 어렵다"며 "중국 저가 제품과 경쟁하는 일부 품목은 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중 관세폭탄 엄포일까? 실행될까?

전문가들은 미·중 간 무역분쟁의 원인을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대외정책과 이를 억누르려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맞부닥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내 지지율을 의식해 연말까지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기회로 삼으려는 현 집권세력의 계산도 깔려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부총장은 "중국 지도부의 공격적인 대외정책과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가 대립해 발생한 세계패권다툼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국내 정치적 요인 등을 고려하면 극단적 대립은 가지 않을 것이지만 두 나라의 갈등양상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내 유권자들 지지율 조사를 보면 중국과 무역분쟁 이후 1월 대비 트럼프 지지율이 30~40% 중반까지 올라왔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이게 먹히는 카드라고 판단하게 된 것"이라며 "양측이 모두 막후협상을 하겠지만, 미국의 11월 중간선거까지는 갈등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김경민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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