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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주 52시간제 6개월 계도' 꼭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9 17:10

수정 2018.06.19 17:10

경총, 고용부에 건의문
부작용 최소화할 기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단속과 처벌보단 6개월 계도기간을 달라"고 19일 요청했다. 경총은 관련 건의문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현장의 혼란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요구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매우 엄격하다. 법을 어긴 사업자는 2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 자칫 '범법자 사장님'이 무더기로 나올 판이다.
노동부는 6개월 계도 건의를 수용하기 바란다.

흔히 법 시행을 앞두고 시장에선 우려가 쏟아진다. 때론 엄살도 있다. 이달 초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옛날 주 5일 근무를 도입할 때 나라가 망할 것처럼, 기업들이 다 도산된다고 했는데 정착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일단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2년 전 가을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될 때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돌아보면 김영란법은 뿌리를 잘 내린 것 같다.

반대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때도 있다. 최저임금법이 좋은 예다. 시급이 껑충 뛰면서 일부 임금근로자의 소득은 늘었다. 그러나 고용통계에서 보듯 일자리가 푹 줄었다. 그 바람에 소득이 낮은 층과 소득이 높은 층 사이에 격차가 더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 분배 악화는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시행에 들어간 60세 정년법도 시나브로 청년층 일자리를 앗아갔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어느 경우이든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게 옳은 자세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워라밸, 곧 일과 삶의 균형을 잡아줄 걸로 본다. 또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나올 걸로 기대한다. 과연 그럴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족 안 굶기려고 야근, 특근 다 하는데 근로시간 줄이는 게 진정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냐"는 글이 보인다. 또 회사가 인건비 부담을 무릅쓰고 선뜻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할지도 의문이다. 사람 대신 기계를 써서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나타난다면 일자리는 되레 줄 수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뜻은 좋았지만 결과는 거꾸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도 뜻은 좋다. 그러나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고용부가 내놓은 '근로시간 OX 가이드라인'도 현장에선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이럴 땐 법 집행을 닦달할 게 아니라 넉넉한 시간을 두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게 현명하다.
경총이 요청한 6개월 계도는 최소한의 기간이다. 나아가 정부는 기업들이 바라는 탄력근로제 확대에도 귀를 더 기울이기 바란다.
국회는 오는 2021년까지 관련 논의를 마치기로 했으나,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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