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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1100원 넘어선 환율..금리인상에 힘 실어줄까

마켓포커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8 11:01

수정 2018.06.18 11:36

자료=코스콤 CHECK,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100원선을 넘어선 달러/원 환율
자료=코스콤 CHECK,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100원선을 넘어선 달러/원 환율

달러/원 환율이 작년 11월 이후 처음 1100원선을 넘어섰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에서 달러/원 환율 상승 흐름을 반영해 1100원선 위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뉴욕 역외 선물환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102.05원에 최종호가됐다. 이는 같은 기간물 스왑포인트 -1.3원을 감안할 때 금요일 외환시장 종가인 1097.7원에 비해 5.65원 상승한 것이다.

지난 금요일(15일) 달러/원은 14.6원 급등하면서 1097.7원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뒤 18일 오전 10시30분 현재 1103원대에서 등락 중이다.

■ 최근 급등한 환율

달러/원은 최근 단시간에 급등했다.
지난 6월 7일 1069.00원(종가기준)을 기록한 뒤 6거래일만에 1100원 위로 올라온 것이다.

달러/원은 최근 1080원대에선 추가 상승이 막히는 패턴을 지속했으나 유로존 통화정책 회의, 일부 신흥국 불안 등 주변 분위기를 등에 업고 1100원선을 뚫어냈다.

특히 지난 금요일 환율 급등은 유로화 급락 영향을 크게 받았다. 유럽중앙은행이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올해 말까지 2.55조 유로 규모의 채권매입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사상 최저수준인 현재의 금리를 내년 여름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힌 탓이었다.

매파적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비둘기 색채가 짙었던 ECB 회의를 거치면서 위험자산과 위험통화가 타격을 받으면서 달러/원 환율도 급등했다. 달러 지수가 95 위로 오르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자 달러에 대한 아시아 통화가치들도 일제히 떨어졌다. 여기에 일본은행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달러/엔 상승에 힘을 실어줬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달러/원은 금요일 1088원에 갭업 출발한 뒤 장 초반 수출업체 네고 물량으로 하락하는 듯 했지만, 역외가 지속적으로 매수하고 결제 수요마저 가세하자 상방이 열리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200일 이평선인 1091.6원이 돌파되고 숏커버가 유입되면서 거침없는 상승세가 이어졌다.

수출 업체 네고 물량이 역외의 달러 매수 기세에 눌린 가운데 당국 개입 등이 제한적이어서 환율 상승세에 보다 속도감이 붙었다. 동시에 외국인들은 주식을 팔면서 환율 상승에 힘을 보탰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지난 14일 4766억원을 대거 순매도하더니 15일엔 이보다 큰 5493억원을 순수하게 팔아치웠다. 지난 주 목요일과 금요일 1조원 넘게 순매도한 뒤 오늘도 팔자 우위로 나오고 있다.

이후 주말을 거치면서 달러/원은 1100원 위로 올라왔다. 미중 무역분쟁 강화와 안전자산선호 무드 속에 원화 가치는 좀 더 하락했다.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지 금융시장의 눈과 귀가 모아져 있다.

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원은 200일 이평선이 있던 1090원대 초반을 단숨에 뚫고 올라서면서 기세가 살아 있음을 알렸다"면서 "일단 1100원대 안착을 시도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인데, 당국에 대한 경계감이나 급격한 상승세에 따른 매물·레벨 부담 등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 환율 급등, 금리인상 주장에 힘 실어줄 수 있을까

최근 북미정상회담 이벤트가 종료되고 남북 관계 긴장 완화라는 재료의 신선도가 희석되면서 달러/원 하락 압력이 줄어든 측면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무역갈등이 재부각되고 일부 신흥국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달러/원 상승 룸이 어디까지일지 긴장감도 커졌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서로 5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맞대응 전략을 내놓으면서 으르렁거리자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에 대한 약세 압력이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환율이 올라오면서 금리 인상에 보다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고용지표가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정상화가 힘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아졌지만 확대되는 대외 금리차와 일부 신흥국 불안 등을 감안해 통화정책이 정상화 쪽으로 움직일 여지가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매도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환율이 급등했다"면서 "환율이 1100원대에 안착한다면 금리인상이 보다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고용지표 둔화에 따른 내수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얘기도 많이 하지만, 환율이 계속 높은 수준에서 머무르거나 더 상승한다면 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채권시장에선 외국인의 재정거래 등으로 채권 투자자금 유입이 이어졌으나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환율 상승이 금리차 문제와 자본 이탈 우려를 불러낼 수 있다는 관측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환율이 1100원대에 안착하면 국내 성장전망과 무관하게 자본이탈 우려를 들먹이면서 움직이려는 세력이 생겨날 것"이라며 "환율 상승에 따른 한국물 저평가로 매수세가 다시 들어올 수도 있으나 환율이 오르는 과정에서 물려 있는 쪽이 숏커버를 하면서 발을 빼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운용자도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불안이 커졌고 일부 신흥국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다만 국내 CDS는 안정을 보이는 등 크게 흥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환율 오름세가 이어지고 신흥국 위기가 계속되면 국내 통화당국도 안정에 치중하면서 금리 인상에 보다 적극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환율 상승을 한미 금리차 확대 문제나 자금 이탈로 연결 짓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보인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한미금리차 확대의 문제점과 자본유출 우려에 대해 언급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환율 상승은 일부 이머징 국가의 위기가 전염되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한국이 환율 때문에 서둘러 금리 인상을 해야 할 정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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