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채식주의가 일상생활로… ‘베지노믹스’ 급부상

신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7 17:30

수정 2018.06.17 21:28

요식업 치중됐던 채식주의, 화장품·의류 등으로 확산돼.. 관련 사업들 빠르게 성장세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점심·저녁 약속을 잡아도 음식점에서 먹을 만한 음식은 극히 제한적이다. 상대방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채식주의자의 입맛에 맞게 모든 것을 고려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채식주의가 요식업은 물론 화장품, 의류 등 생활속에서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베지노믹스' '비거니즘' 같은 신조어까지 탄생할 정도다.


■채식주의자용 음식점 호황세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채식연맹(IVU)이 집계하는 세계 채식 인구는 1억80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동물성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 비건은 약 30%에 이른다. 국내 채식주의자 규모는 전체 인구의 약 2%, 대략 100만~150만명으로 추정된다. 채식주의자는 채소와 과일만을 섭취하는 비건(vegan), 떨어진 열매만 먹는 프루테리언(fruitarian), 달걀은 먹는 오보(ovo), 유제품을 먹는 락토(lacto), 해산물까지 먹는 페스코(pesco) 등으로 세분화된다.

최근 요식업이 불황이지만 서울의 홍대 근처 서교동, 합정동을 비롯해 이태원, 신사동 등지에서 채식 식당이나 비건 빵집등은 호황세를 맞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채식주의자 입맛에 맞게 메뉴도 다채로워졌다. 검은콩과 구운 팽이버섯으로 만든 콩고기 패티를 비롯해 연근, 단호박, 당근, 고구마, 감자가 구워진 채로 카레와 함께 나오는 식단도 있다. 두유 프라푸치노(얼음과 함께 만든 음료)와 아몬드 음료는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다.

이미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 스타벅스와 스무디킹도 비건 베이커리를 선보이며 힘을 보태고 있다.

오뚜기는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시장을 겨냥해 채식주의자용 진라면을 개발했다. 소고기 등 육류 성분을 완전히 빼고 식물성 재료만을 이용해 만들었다. 올 3월부터 인도에 수출했다.

■'베지노믹스', '비거니즘' 신조어도 탄생

채식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목적만은 아니다. 동물의 권리와 환경 문제를 생각한다.

채식하는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면서 '베지노믹스(vegenomics·채소경제학)'란 말도 생겼다. 베지노믹스는 채소(vegetable)와 경제(economics)를 합성한 신조어로 채식과 관련한 경제활동을 통틀어 이르는 단어다. 채식뿐만 아니라 식물성 원료만을 이용한 화장품, 의류 등의 산업도 포함된다. 동물로부터 나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아예 소비하지 않는 생활은''비거니즘(veganisme)'이라고 불린다.

대표적인 예가 버려진 파인애플 잎을 이용해 만든 대안적 섬유 '피냐텍스(Pinatex)'다. 영국 런던에 있는 '아나스아남'는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미세한 섬유질을 이용해 동물 가죽과 같은 섬유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스위스에 위치한 회사 '해피 지니'는 사과 껍질을 말리고 분쇄한 뒤, 연료와 섞어 가죽과 비슷한 소재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만든 핸드백을 선보여 패션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비거니즘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일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친환경적인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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