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北, 장사정포 후방 배치로 화답해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7 16:36

수정 2018.06.17 16:36

평화, 수사보다 실천이 중요.. 종전선언 전 긴장완화 먼저
남북 군사당국이 군사분계선(MDL)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철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17일 정부 고위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14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장성급군사회담'에서 이 문제가 회담 의제로 올랐다. 성사만 된다면 종전선언 이상으로 한반도 평화의 실질적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의 성의 있는 호응을 당부한다.

북한 장사정포는 그간 우리 입장에선 핵과 미사일에 이은 3대 위협 전력으로 꼽혀왔다. 북한군이 MDL 인근에 배치한 1000여문의 각종 포 가운데 인구밀집지역인 수도권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갖고 있다는 차원에서다.
더욱이 장사정포는 갱도 속에 있다가 발사 때만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선제타격도 쉽지 않다. 북측이 걸핏하면 '서울 불바다'를 위협해온 배경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한이 사거리 54㎞의 170㎜ 자주포 6개 대대와 사거리 60㎞의 240㎜ 방사포 10여개 대대에 속한 330여문을 MDL 후방으로 물린다면 긴장완화 측면에서 의미가 작지 않은 셈이다.

물론 북한 장사정포를 MDL에서 30~40㎞ 후방으로 철수하는 것을 미흡하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북한군이 최근 사거리를 대거 늘린 장사정포를 배치해 놓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본다면 북측이 이번에 남측의 제안을 묵살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일단 다행이다. 4·27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문재인정부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측이 내심 껄끄러워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선제적으로 중단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방침까지 천명했다.
이로 인해 한·미 양국 안에서 북측의 불확실한 비핵화 의지만 믿고 성급히 무장해제부터 한다는 비판적 여론도 없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북한이 화답할 차례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역류하기 힘든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장사정포 후방 배치와 비무장지대(DMZ)의 비무장화 등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한 실질적 조치에 적극성을 보이기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