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관들, 김명수 ‘재판거래 의혹‘ 수사협조 입장에 발끈..사법부 갈등 악화일로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5 17:19

수정 2018.06.15 17:19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입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사법부 최고 수장인 대법원장의 입장표명에 대법관들이 반기를 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형사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특별조사단의 발표를 하루 만에 번복하며 이번 사태를 갈등 양상으로 끌고 온 김 대법원장의 우유부단한 태도가 사법부 내홍을 걷잡을 수 없이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영한 대법관 등 대법관 13명은 15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재판의 본질을 훼손하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이것이 근거 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이와 관련해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마치 재판거래 의혹이 있는 것처럼 사태를 확산시킨 김 대법원장의 태도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관들은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의 재판부와는 엄격히 분리돼 사법행정 담당자들은 재판사무에 원천적으로 관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대법원 재판은 합의에 관여한 모든 대법관이 각자의 의견을 표시해 하는 것이고,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인 대법원장 역시 재판부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독립해 대등한 지위에서 합의에 참여하는 대법원 재판에서는 그 누구도 특정 사건에 관해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판결이 선고되도록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법관들은 "사회 일각에서 대법원 판결에 마치 어떠한 의혹이라도 있는 양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당해 사건들에 관여했던 대법관들을 포함해 대법관들 모두가 대법원 재판의 독립에 관해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는 데 견해가 일치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고,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참담함을 느끼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와 같은 형태로 의견을 개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의구심을 해소하고 법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의견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스스로 특별조사단에 위임을 한 대법원장이 조사단 결과를 사실상 부정하고 일부 여론에 휘둘려서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법리적 판단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사법부 수장으로서 태도는 분명 아니다”라며 “어정쩡한 대법원장의 태도가 유례없이 극심한 사법불신을 자초했다는 비난 여론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다른 법조인은 “판사 1명도 아닌 합의부나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에 윗선이 개입됐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재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며 “이를 잘 아는 김 대법원장이 여론에 휘둘려서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 식의 정치인 같은 행보를 보인 게 이번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대법관들조차도 대법원장을 신뢰하지 않는데 어느 국민이 사법부를 신뢰하겠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