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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고용지표는 금리 결정에 얼마나 중요할까

마켓포커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5 15:24

수정 2018.06.17 13:02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고용지표는 금리 결정에 얼마나 중요할까

15일 고용 관련 긴급경제현안간담회.

"5월 고용동향 내용이 충격적이다. 경제팀 모두가 책임을 느낀다. 정부가 그간 일자리 창출 노력을 기울였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생산인구 감소와 주력업종 고용창출력 저하로 일자리 창출이 나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경기요인까지 겹쳐 어려움 겪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5월 고용지표 발표 뒤 이런 입장을 밝혔다.

집권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완승을 거뒀지만, 일자리 창출을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로 삼는 정부로서도 마음이 편할 수 없는 지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의 입김'이 통화정책에 많이 작용한다고 보는 쪽에선 고용지표가 한은의 금리인상을 어렵게 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 한국의 고용, 구조적으로 개선이 매우 어려운 문제

5월 취업자 수는 전년비 7만 2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자수는 올해 2월부터 뚝 떨어진 뒤 회복할 기미를 안 보이더니 급기야 10만명선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청년일자리 대책을 내놓고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했지만 좀체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올해 1월만 해도 취업자수는 33만 4천명 늘어났다. 증가자 수는 그러나 2월 10만4천명, 3월 11만2천명, 4월 12만 3천명 등 10만명을 겨우 넘더니 4월엔 7만명 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해 5월 37만9천명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생각하기에도 증가자 수가 너무 적었다. 5월 취업자 증가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크게 미쳤던 2010년 1월(1만명 감소) 이후 가장 작은 것이다.

5월 실업자수는 112만 1천명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12.7% 늘어났다. 다섯 달 연속으로 실업자수가 100만명을 넘겼다.

실업률은 4.0%로 전년 동월에 비해 0.4%p 상승했다. 청년실업률은 10.5%로 1.3%p 상승했다. 이 수치는 최악의 수준이라는 말들을 했던 지난해 9.9%를 웃도는 것이다.

통상 취업자수가 30만명을 넘어서면 양호하다는 표현을 써 왔지만, 앞으로는 20만명대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한국은 우선 인구 구조적 측면에서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여기에 큰 폭의 고용 증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수출 제조업 위주의 경제 구조 등도 고용 증가의 한계로 거론된다. 최저임금 인상 역시 영향을 줬을 것이란 추론이 많다. 박근혜 정부시절 건설투자가 성장률 견인에 큰 역할을 했던 가운데 최근 건설경기 둔화 기미 등도 고용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밖에 사드 사태 여파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 최근 GM 사태나 각종 구조조정 여파 등도 작용했다.

정부 경제팀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고용 문제 해결이 경제정책의 최대 과제가 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금통위가 금리인상을 미룰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 한은이 고용문제를 통화정책에 크게 반영할 경우...금리정책 혼란 빠질 수 있어
사실 국내 금융시장은 고용지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의 고용지표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국내 고용지표엔 큰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에 우선 순위를 두기 시작하면서 고용지표에 대한 관심이 한 층 커졌다. 또 최근 수년 전부터 한국은행이 '고용문제'에 대해 신경을 더 쓰라는 주문도 많아졌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한은이 금리결정시 고용 비중을 높게 두면 금리를 올리기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오늘 고용지표가 충격적으로 나오면서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면서 "일자리 추경을 또 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부진은 결국 내수 위축으로 연결된다. 한은이 고용지표를 이전과 다른 눈으로 본다는 얘기가 많은데, 그렇다면 금리를 올리기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매니저는 "고용 위축은 한국경제 구조적인 결과물"이라며 "GM 사태 등 구조조정 영향이 있지만 이런 부분이 아니더라도 고용은 어차피 완만하게 나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들어와서 서비스업이 다시 좀 살아나야 그나마 고용의 악화속도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며 덧붙였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결정하기 때문에 고용지표에 큰 무게를 두긴 어렵다는 평가들도 적지 않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 반에 낙제생도 있고 우등생도 있는데, 중앙은행은 평균 점수를 보고 정책을 쓰는 게 맞다"면서 "미국과 유럽 등이 긴축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우리만 고용을 보고 정책을 쓰면 레벨 차이가 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도 올해 3분기에는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1분기 성장이 연 4%를 넘는 상황에서 고용을 고려해봐도 금리 동결을 지속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고용지표가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이를 핑계로 올려야 할 금리를 못 올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고용문제는 구조적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지, 금리를 낮추거나 올려서 해결할 문제도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넣어야 한다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 올해 4월엔 이주열 한은 총재가 한은 목표에 고용안정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한은 스스로 금리정상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선 한은이 잘 알고 있다.

이 총재는 당시 "현재까지 우리가 가진 스탠스에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에 고용안정까지 집어 넣으면 목표가 너무 많아진다"면서 "사실상 한은의 수단 중 주된 것은 금리인데, 금리정책을 가지고 여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금리 조정을 통해 물가와 금융, 고용까지 다 안정시키기는 쉽지 않다.
특히 목표간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데다 통화정책이 일관성을 가지기도 어렵다.

증권사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저출산과 함께 고용부진은 이미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됐거나, 될 게 뻔하다"면서 "한은에게 많은 책무를 부여하는 게 좋지도 않으며, 한은이 이를 해결할 수도 없다.
목표가 많아지면 한은은 엉뚱한 금리정책으로 경기만 왜곡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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