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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2의 밤토끼'막으려면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4 17:30

수정 2018.06.14 17:31

[기자수첩] '제2의 밤토끼'막으려면

지난달 23일 웹툰업계가 활짝 웃었다. 불법 웹툰사이트 '밤토끼' 운영자가 검거된 날이다. 이날 웹툰 작가들은 이례적으로 축하웹툰을 올렸다. 그간 불법웹툰을 신속히 차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절차가 까다로워서다. 현행 저작권법은 작가 확인 없이 불법웹툰을 신고할 수 없다.
작가 동의절차를 거친 후에야 네이버.다음.레진코믹스 등 웹툰업체가 이를 저작권보호원에 신고했다. 절차를 다 거쳐 불법웹툰을 차단하는 데 최대 6개월이 걸린다.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사이트는 차단하는 데 더 애를 먹는다. 답답한 웹툰업계는 해외 통신사업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아예 불법웹툰 사이트를 추적하는 자체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신고와 차단 절차를 간소화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발의돼 12월 소관 상임위 문턱을 겨우 넘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지난 2월 법사위 2소위원회에 계류된 채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작권법 개정안이 "행정부 판단만으로 접속 차단을 할 수 있다"면서 "인터넷 검열을 초래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논란이 있다"며 심도 있는 검토를 요구했다.

저작권법 개정안의 핵심은 '저작권보호원 신고→문화체육관광부 공문 발송→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국내 통신사업자 접속차단 명령'의 절차를 줄이는 데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가진 접속차단 명령을 문체부로 보내 문체부가 직접 불법웹툰 사이트에 접속차단 명령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절차를 간소화해 불법웹툰 복제에서 차단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 6개월에서 2주로 줄이는 게 핵심이다. 인터넷을 검열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초래할 위험이 없다는 얘기다.

박 의원의 우려로 법안이 법사위 2소위에서 4개월간 계류되면서 업계 피해는 더 커졌다. 일부 웹툰작가는 월급 3분의 1이 줄어들어 생계위협까지 느껴야 했다. 그런데도 지난달 25일 열린 법사위 2소위에서도 이 법안은 논의 목록에서 빠졌다.

표현의 자유, 당연히 중요하다. 법안 개정의 부작용이 있다면 막기 위한 대안을 내놓으면 된다.
왜 그 시도는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법사위의 '월권' 논란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적어도 법안 심사는 재개해야 한다.
법안 심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웹툰작가와 업계는 계속해서 불법복제 사이트와 직접 전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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