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덜어내는 습관, 돈 모으기의 시작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4 17:22

수정 2018.06.14 17:22

[데스크칼럼] 덜어내는 습관, 돈 모으기의 시작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작품 가운데 하나다. '다비드'라고 하면 대다수 사람들이 조각 같은 얼굴, 조각 같은 몸매를 떠올린다. 완벽한 남자, 남성의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사실 '다비드'는 남자 나체 조각상 중에서 매우 큰 작품이다. 높이가 4m를 훌쩍 넘는다. 성서에 나오는 다비드(다윗)의 키가 그만큼 컸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을 만든 미켈란젤로의 키는 160㎝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가 작아서 작품 전체를 보면서 작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까딱 손을 한번만 잘못 놀리기라도 하면 작품이 망가질까 걱정될 정도였다.

당시 사람들은 이 조각상에 엄청난 관심을 나타냈다. 대작(大作)을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무엇보다 궁금했을 터다. 미켈란젤로의 대답은 "다윗을 재현하기 위해 다윗의 몸에 붙어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부분을 쪼아냈다"는 것이었다. 쓸모없는 것들을 쪼아서 떨어내는 과정을 통해 명작을 세상에 드러내도록 했다는 얘기다.

최근 '미니멀 라이프'가 한껏 주목을 받고 있다. 불필요한 것은 빼고, 중요한 것만 남겨 단순하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대에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게 미덕이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넘쳐나는 시대에 무절제한 풍족함은 오히려 짐이 되고 욕심이 되기 십상이다. 미켈란젤로가 그랬던 것처럼 갖고 있는 것에서 많이 덜어내야 가능한 일이다.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한다. 이것도 가져야 하고, 저것도 가져야 하고. 그래야 자신의 삶이 더 윤택해지고, 더 멋진 것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거리를 지나는 아무나 붙잡고 "지금으로 충분하냐"고 물어보라. 십중팔구는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보다 조금 더 가진다 해도 답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라고 할 뿐이다. 계속 더하기만 해서는 만족한 삶을 살 수 없다. 항상 부족하고,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덜어내는 데 익숙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건물주가 되는 것'이 꿈인 친구가 있다. 은퇴 후 꼬박꼬박 월세를 받으며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단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박을 한번 터뜨려야 한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유망종목 추천을 강요한다. 그에게 해주는 조언은 늘 같다. "아끼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500만원을 벌어 30년 동안 200만원을 저축한 가정은 20년 후에 돈이 바닥이 난다. 하지만 200만원을 벌어 100만원을 30년간 저축한 가정은 30년을 쓸 수 있다"는 말을 곁들여줬다. 그 후로는 종목 추천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람은 기본적인 생활이란 게 있다. 그래서 무작정 소비를 줄일 수는 없다. 합리적인 소비는 오히려 사회경제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늘어나는 지출만큼 돈을 더 벌 생각을 할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출규모를 적정 선으로 줄이거나 유지하면 훨씬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다.

20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하면서 성공한 사람, 실패한 사람을 수없이 많이 만났다. 그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부자가 되는 첫번째 조건은 벌어들이는 돈의 크기가 아니다.
들어온 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일이다.

"절약이야말로 리스크가 1도 없는 최상의 투자다.
" 그들에게서 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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