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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업들 "오늘 회의는 헬스장에서 합니다"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6 09:20

수정 2018.06.16 09:20

암벽등반 센터 브루클린 볼더스가 만든 업무 공간 [사진=미 CBNC 유튜브 영상 캡처]
암벽등반 센터 브루클린 볼더스가 만든 업무 공간 [사진=미 CBNC 유튜브 영상 캡처]

헬스장 안에서 회의를 하고, 딱딱한 오피스룩 대신 편안한 레깅스를 입고 출근한다?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독특한 사무실의 모습들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17일 주요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은 전통 사무실 건물이 아닌 대형 헬스장 안에 본사를 차리는 것이 붐이다. 직원들이 활기있고 건강하게 업무를 진행해 업무효울을 높일 수 있도돌 한다는 자유로운 스타트업 문화이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폭등하고 있는 사무실 임대료를 절약하기 위한 궁여지책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미디어 업체 클래스 액트 스포츠는 미국 뉴욕의 고급 피트니스 센터 '라이프 타임' 한켠에 둥지를 틀었다. 회사 마케팅 책임자 무스 헤일라는 "체육관과 사무실이 연결돼 있으니 직원들이 활기가 넘친다"고 설명했다.

그가 설명한 직원들의 전형적인 하루는 이렇다.
아침 일찍 출근해 먼저 운동을 하고, 헬스장 카페테리아에 모여 하루 일정에 대해 짧은 회의를 한다. 이후에는 각자 업무를 처리하며 헬스장 안에 위치한 회의실이나 라운지에서 회의를 하기도 하고, 풀에서 수영을 즐기기도 한다. 일을 마친 뒤 헬스장 저녁 수업을 듣거나 농구를 한다. 무스 책임자는 "수영장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오늘 하고 있는 것들을 해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클래스 액트 스포츠 직원들의 모습 [사진=클래스 액트 스포츠 공식 인스타그램]
클래스 액트 스포츠 직원들의 모습 [사진=클래스 액트 스포츠 공식 인스타그램]
피트니스 센터에서 일을 하면 사무실 임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특히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서는 신생 기업들이 제대로 된 사무실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반면 피트니스 센터 내 공간을 이용하면 지역에 따라 사무실 한 칸에 월 300달러(한화 약 33만원) 정도의 비용만 내면 된다.

왼쪽 워싱턴 요가스튜디오, 오른쪽 암벽등반센터 [사진=인스타그램]
왼쪽 워싱턴 요가스튜디오, 오른쪽 암벽등반센터 [사진=인스타그램]

■회사·직장인 위해 업무 공간 만드는 피트니스 센터들
이 같은 트렌드가 나타나자 미국의 일부 피트니스 센터들은 고객이 없는 낮 시간대에 회의실을 대여해주거나 작은 업무 공간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D.C.에 있는 요가 스튜디오 플로우 센터는 직장인들의 출·퇴근시간 전후엔 붐비지만 낮 시간 동안은 대부분 비어있다. 이에 센터는 업무 공간을 마련했고, 한 달에 80달러(한화 약 8만8000원)씩 받고 직장인들을 위한 업무공간을 임대하고 있다. 잔잔한 음악은 물론 건강식도 제공한다. 추가금액을 내면 요가 수업도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술 대신 땀을 흘리며 미팅을 갖는다고 한다. 센터는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좋은 연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루클린에 있는 암벽등반 센터 브루클린 볼더스는 운동 전후, 잠시 일을 할 곳이 필요한 직장인들을 위해 센터는 업무 공간과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고 있다. 목표는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최상의 업무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사진=파이낸셜타임스 홈페이지 캡처·린지 스폴딩 인스타그램]
[사진=파이낸셜타임스 홈페이지 캡처·린지 스폴딩 인스타그램]

■레깅스 입고 출근하는 '오피스 애슬레저룩'
운동복이었던 레깅스가 오피스웨어로까지 발을 넓히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한 영국일간지는 레깅스가 사무실 패션도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인 IT, 연예, 스포츠 산업 등에서는 레깅스 차림의 출근이 보편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오피스 애슬레저룩'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사무실과 운동복의 합성어다.

그동안 미국 IT 기업을 중심으로 본사 내 각종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게 필수가 됐다. 건강하고 자유로운 업무 환경이 직원들의 창의력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헬스장, 수면실 등을 제공해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꼽힌 구글은 세계 최대 IT 기업으로 성장했다. 애플은 지난해 입주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신사옥에 무려 7000만달러(약 757억원)가 넘는 돈을 들여 최고급 피트니스 센터를 지었다.
10만 평방 피트 규모의 피트니스 센터는 동시에 2만명의 직원이 사용할 수 있다. 체육관, 탈의실, 샤워실은 물론 세탁 서비스와 단체 전용룸 등 각종 편의시설이 완비돼 있다.


대기업처럼 대규모 투자를 할 수는 없지만,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도 헬스장을 사무실로 쓰는 등 독특한 발상의 전환으로 생산성 향상 효과를 꾀하고 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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