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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북한판 개혁·개방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3 17:14

수정 2018.06.13 17:14

공산권 국가들 가운데 공산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이행한 나라가 두 곳 있다. 중국과 베트남이다. 두 나라는 공통점이 많다. 모두 개혁·개방을 통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성공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의 정상회담이나 수교를 통해 개혁·개방을 진척시킨 점도 같다. 그러나 개혁·개방의 방식은 서로 달랐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지도자는 덩샤오핑이다. 그는 1978년 중국공산당 11기3중전회에서 실사구시론을 내세우며 개혁·개방을 새로운 국가전략 노선으로 선언했다. 이듬해 미국을 방문해 지미 카터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실현하며 개혁·개방을 가속화했다. 대만·홍콩과 인접한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서방 자본을 끌어들였다. 개혁·개방 초기인 1983년 6억달러에 그쳤던 대중국 외국인투자는 1995년에는 380억달러로 늘었다. 경제특구 내에서는 민간과 시장에 폭넓은 자율권을 부여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지적된다.

베트남은 1986년 6차 공산당대회에서 '도이모이'를 선언하며 개혁·개방을 시작했다. 도이모이의 '도이'는 '변경한다', '모이'는 '새롭게'라는 뜻이다. 특구를 지정해 일정 지역에 자율성을 부여한 중국과 달리 국가(당)가 직접 외국기업과 투자자를 선정했다. 당이 주도하는 경제건설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북한 차례다. 지구상에 유일한 냉전 지대로 남아 있었던 북한에도 개혁·개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20일 중대한 변화를 선언했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버리고 '경제 집중'을 새로운 노선으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북한판 개혁·개방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미 정상회담을 실현하며 정상국가 지도자로 변모하고 있다.


북한판 개혁·개방이 시장의 폭넓은 자율권을 인정하는 중국식 모델을 따를지, 아니면 당 주도 방식의 베트남식 모델을 따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서방 자본이 유입되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려야 하고, 북·미 수교도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실현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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