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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6.12 센토사 합의, 비핵화 물꼬는 텄지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2 17:47

수정 2018.06.12 23:06

합의문서 'CVID' 빠져..후속 회담서 진전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났다. 70년 가까이 적대관계였던 양국 간 최초의 정상회담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 체제보장을 놓고 벌인 '세기의 담판'이었다. 이번 빅딜이 성공했느냐를 놓고 당장엔 회의적 시각이 많지만, 후속 회담을 통해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사변이 연출될 여지는 있다고 봐야 하겠다. 미국과 남북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할 출발선에 선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상적"이라고 회담 결과를 자평했다.
그의 기대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노력하고 양국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내용의 공동합의문에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러면서 그는 "포괄적 합의"라며 평화체제, 미군 유해송환 등을 포함한 4개항의 공동합의문 성격을 규정했다. 그 스스로 핵심 의제인 북한 비핵화 이행 로드맵의 구체성이 부족함을 인정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미국이 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와 북한이 원하는 '완전한 체제보장'(CVIG)을 둘러싼 거래가 이렇게 봉합된 건 뭘 뜻하나. '원샷 CVID'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북측이 고집해온 단계적 비핵화를 일부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가 백악관 초청 의사를 밝히는 등 양측이 정상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기로 한 것은 '굿 뉴스'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양측이 이번 회담에 100% 만족하지 못해 연장전을 갖기로 했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렇다면 비핵화를 둘러싼 양측의 수싸움은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이번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받아갈 것만 챙기고 비핵화 과정을 원점으로 되돌리거나, 거꾸로 미국 의회 비준 과정에서 관계 정상화가 제동이 걸릴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반도 평화 구축 차원에서 이번 회담의 의미는 작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이라며 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양측이 4.27 판문점합의를 재확인한 건 다행이나, 합의문에 CVID 문구가 빠진 것은 불길한 조짐이다. 한반도 이슈의 당사자이자 중재자로서 문재인정부의 역할도 본격적 시험대에 올랐다고 봐야 한다. 비핵화가 완전한 출구에 이를 때까지 동맹인 미국과 호흡을 잘 맞춰야 할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방침과 함께 장차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해 걱정스럽다. 국내 정치일정에 쫓긴 트럼프 대통령이 CVID 이행 전에 북한의 대륙간탄도탄(ICBM) 폐기를 얻어내는 선에서 북측에 '체제 보장'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현실화돼선 곤란하다.
그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이 회담 전야에 현지의 명소를 참관한 뒤 "싱가포르에서 배우려 한다"고 한 발언이 주목된다. 그의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북한이 핵을 내려놓고 정상국가의 길을 걷는다면 우리나 국제사회가 이를 돕지 않을 까닭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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