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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최저임금 인상과 외국인 근로자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2 17:47

수정 2018.06.12 17:47

[여의나루]최저임금 인상과 외국인 근로자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로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파격이라 할 만큼 높았다. 당연히 고용불안이 우려됐다. 정부는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올해 3조원에 달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편성해 근로자 30인 미만의 영세기업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 5월 말까지 57만여개 사업장이 200여만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신청했다. 이러한 재정지원이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감소 효과를 상당히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년 이후의 최저임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2020년까지 시급 기준 1만원'을 달성하려면 앞으로 2년간 두자릿수의 높은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국회 입법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됐지만 대부분의 저임금 근로자들이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인상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내년 이후에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게 결정된다면 영세자영업의 지불능력을 넘어설 것이며,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년 이후 최저임금이 높을 경우 고용감소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정부가 고용에 대한 부정적 영향과 민간기업의 임금에 대한 재정지원이라는 무리를 무릅쓰고 최저임금을 파격적으로 인상하는 이유는 저임금 빈곤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꾀하고, 이들의 소득증가가 내수를 진작시켜 성장을 견인하는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지만 지금 우리의 경제상황에서는 유효한 정책이라고 보여진다.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소득 양극화가 사회통합과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의 경우 소득증대가 소비확대를 통해 내수를 진작시킴으로써 성장을 견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고소득층은 여유소득으로 해외여행을 더 자주 가고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저소득층은 국내 소비성향이 높아서 이들의 소득증대는 내수확충을 통해 성장을 촉진할 수 있어서 소득주도성장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기업의 지불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기업에 재정을 통해 인건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지금의 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이후 일자리안정자금의 규모는 올해보다 훨씬 커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까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연령, 지역, 국적 관계없이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기 때문에 당연히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적용된다. 그리고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인 외국인 근로자들도 일자리안정자금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내·외국인 근로자들이 임금차별이 없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까지 지원해야 하는가는 의문이다.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들은 임금의 대부분을 해외로 송금하기 때문에 이들의 임금상승이 소득주도성장 효과를 가져오기는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전인 지난해 6월 필자는 이 칼럼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그리하여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불안이 초래되지 않는 수준으로 결정하되 보완적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지원해주는 근로장려세제(Earned Income Tax Credit·EITC)를 확충하자고 제안했다. 근로장려세제는 재정을 통한 복지제도이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는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렇게 하면 임금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지금의 일자리안정자금보다 훨씬 적은 재원으로 내국인 근로자의 소득을 보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향상과 소득주도성장, 그리고 재정부담 완화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를 솔로몬의 지혜라고 일컬었다.
이 지혜는 아직도 유효하다.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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