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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리스크, 다시 글로벌 금융시장 전면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2 17:22

수정 2018.06.12 17:22

WSJ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난 1년來 상승폭 최대"
"정치적리스크, 다시 글로벌 금융시장 전면에"


【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글로벌 성장 스토리와 중앙은행들의 통화부양책에 가려 한동안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정치적 위험이 다시금 시장의 전면에 등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부양책 축소를 시작했거나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부 성장 둔화 신호들이 목격되면서 정치적 위험들이 시장이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동시에 불확실성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임을 의미한다. 시장에선 주요 7개국(G7) 불화, 이탈리아 정국 불안정, 북·미 회담, 중동과 베네수엘라의 혼란,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 등이 중요한 정치적 위험으로 거론된다.

물론 투자자들 입장에서 정치 이벤트는 해석이 쉽지 않고 때로는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가늠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WSJ에 따르면 시장의 정치적 위험을 측정하는 전형적 기준인 스위스 프랑과 다우존스 실렉트 우주항공 및 국방지수는 지난달 상승했다.
또 미국의 소기업 주가는 무역 이슈 및 지정학적 혼란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다국적 기업들과 비교해 최근 좋은 성적을 거뒀다.

경제정책과 관련해 주요 신문 기사에 언급되는 '불확실한'과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들을 추적해 산출하는 글로벌 경제정책 불확실성지수는 지난달 1년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컨설팅업체 언스트앤드영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유럽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의 지금 가장 큰 우려는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조사에서 지정학적 불안정이 5번째 우려로 꼽혔던 것과 큰 차이다.

WSJ은 투자자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치적 위험에 비교적 느긋한 반응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미국과 북한의 상호 호전적 수사에도 시장은 상승했다. 지난 4월 미국의 시리아 공습을 포함한 시리아 사태는 시장의 랠리에 심각한 흠집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유럽 여러 나라에서 실시된 선거와 국민투표도 투자자들을 크게 불안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요국들의 통화부양책 축소 움직임과 성장 둔화 조짐은 정치적 위험을 대하는 투자자들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보스턴 소재 이튼 밴스의 글로벌 채권 담당 공동 디렉터 에릭 스타인은 "투자자들은 작년에는 모든 정치적 위험들을 무시한 것처럼 보였다. 지금은 사람들이 정치적 위험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세계 경기 흐름을 가리키는 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수년 고점에서 후퇴했고 선진국 경제 데이터들은 예상치를 큰 폭 하회했다. 지난해 선진국들의 경제 데이터가 대부분 예상을 상회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연준은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 되며 올해 남은 기간 금리 인상 예상 횟수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일부 점쳐진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결정자들도 조만간 채권매입프로그램을 추가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앙은행 부양책 축소는 금융위기 이후 시장을 지지해온 대규모 유동성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BNY 멜론 자산운용의 분석가들은 이미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우리는 시장이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공급과 같은 왜곡 때문에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을 제대로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펜 뮤추얼 자산운용의 수석 투자 담당자 마크 헤펜스톨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환경은 이전과는 달라졌고 변동성이 커졌다.
때문에 시장은 정치적 위험에 훨씬 더 크게 반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jdsm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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