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삼숙이와 여행 한 번이라도 가봤으면... ”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1 13:18

수정 2018.06.11 13:18

1979년 5월 1일 경남 함양군 함양 거창 시외버스에서 실종된 유삼숙씨(당시 7세·여)
1979년 5월 1일 경남 함양군 함양 거창 시외버스에서 실종된 유삼숙씨(당시 7세·여)

유모씨는 아직도 1979년 봄날을 잊지 못한다. 첫째 딸이 둘째인 삼숙이와 셋째를 데리고 가출한 뒤로 더 이상 삼숙이의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삼숙이를 못 본지 40년 가까이 되면서 유씨도 어느 덧 여든의 나이를 넘어섰다.

10일 경찰청과 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유삼숙씨(당시 7세·여)는 1979년 5월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앞서 유씨는 술을 마신 뒤 부인과 다투면서 부인이 집을 나갔다. 혼자 아이들을 돌보게 된 유씨는 어느 날 첫째 딸과 말다툼을 벌이게 됐다.
이것이 화근이 돼 그 해 첫째 딸이 둘째인 삼숙이와 셋째를 데리고 가출을 감행했다. 아이 셋이 동시에 사라지자 유씨는 일도 제쳐두고 아이들 찾기에 나섰다.

다행히도 실종 사흘째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남원읍 운봉리(현재 전북 남원시 운봉읍)의 한 한약방에서 셋째를 보호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이렇게 셋째를 찾는 데는 성공했으나 첫째와 둘째는 줄곧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고 5년이 지난 뒤 첫째가 집으로 돌아왔다. 첫째를 통해 삼숙이 얘기도 듣게 됐다. 첫째는 가출 후 삼숙이를 데리고 함양에 가서 하룻밤을 잔 뒤 거창행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보따리상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삼숙이를 맡겼다고 했다. 이후 가출을 주도했던 첫째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삼숙이의 근황은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태다.

아버지 유씨는 “당시 첫째는 가출 중에 어린 삼숙이가 집에 가자고 울고 보채니까 화를 내고 옆에 있던 보따리 장수 하는 아주머니가 삼숙이를 달라고 하기에 삼숙이를 줬다고 훗날 얘기를 들었다”면서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유씨는 “뒤늦게 후회를 하고 술을 끊었지만 이제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삼숙이가 실종된 뒤 삼숙이 엄마는 삼숙이를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는지 앓아 눕더니 곁을 떠났다”면서 “삼숙이를 찾기 위해 전국방방 곳곳을 헤맸다. 고아원을 뒤지면서 우리 삼숙이도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얼마나 울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유씨는 삼숙씨가 살아있다면 함께 하고 싶은 것으로 여행을 꼽았다. 나이를 더 먹기 전에 가능한 한 가족여행 한 번이라도 같이 가봤으면 좋겠다는 것이 유씨의 바람이다.
유씨는 “주변에 우리 삼숙이와 비슷한 사람이 있으면 꼭 연락 부탁하고 그러면 제 딸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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