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여의도에서]‘사회적 대화 기구’ 의미가 퇴색돼서는 안된다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8 18:18

수정 2018.06.08 23:08

지난 4월 노동계와 경영계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청년일자리, 사회 양극화 해소 등 우리 사회의 시급하고 중요한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공식적 '틀'이 마련된 것이다. 당시 노사 모두 청년일자리 문제와 사회 격차 문제가 시급한 사회문제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리고 한달 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사퇴를 선언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대해선 불참을 시사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늘리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여의도에서]‘사회적 대화 기구’ 의미가 퇴색돼서는 안된다

'사회적 대화와 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정부와 노사의 모습은 이번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노동계는 정부와 여당이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사회적 대화기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노사가 최저임금위원회라는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는 요구를 정부와 여당이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노사가 최저임금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자 국회가 역할을 하면서 마무리된 사안이다. 노사 모두 만족할 만한 법안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국회만 비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노동계의 우려도 이해가 된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상여금과 수당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채울 수 있게 되면서 사용자가 기본급을 확대하지 않고도 최저임금법 위반을 비켜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과 상충되는 개악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발의 표시로 참여 주체를 양대노총과 경제단체에서 여성, 청년, 중소기업까지 확대한 '새로운 사회적 대화' 불참을 내세운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매달 발표하는 노동시장 동향에는 자동차업종 취업자 수 감소폭이 커졌고, 조선업 불황은 몇 년째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우울한 진단'만 찾아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과 구조조정대책,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위해 사회적 대화 기구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정부 역시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며 노동계와 경영계를 정책 집행의 파트너로 보고 있다. 현재 여건상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당장 조선·자동차 구조조정 등에 따른 실직 및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도 노동계와 경영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어렵게 마련된 사회적 대화기구가 하루빨리 제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른 노동자의 실질소득 감소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는 노동계와 경영계 한쪽만의 노력으로 나올 수 없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한시적일 뿐이다. 이제는 노사 양측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대화와 양보를 통해 사회적 구조 개편을 이뤄가야만 가능한 일이다.
대화와 타협의 첫걸음이 될 사회적 대화의 틀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경제부 차장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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