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글로벌 IT 기업들의 걱정거리가 된 집값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8 18:18 수정 : 2018.06.08 18:18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근시간에 실리콘밸리로 향하던 전세 통근버스 8대가 50여명의 시위대에 둘러싸이는 사건이 벌어졌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같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직원들이 주로 타는 통근버스가 시위대의 표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통근버스는 10여년 전 처음 운행했을 때만 해도 교통체증 해소와 탄소배출 감소 효과로 좋은 반응을 보였으나 커져가는 지역 간 빈부격차의 상징이 되면서 자주 시위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급등하는 주택 임대료와 고소득자를 위한 거주지 건설을 위해 저소득 지역 재개발로 주민들이 살 곳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그 불만을 IT 직원들 통근버스를 향해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IT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는 집값과 임대료 폭등, 노숙자 증가, 교통체증 심화에 시달려왔다.

피해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고소득자에게도 확산돼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든가 집 대신 주차장에 세워진 캠핑카나 승합차 같은 차량 안에서 생활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

한 주택정보업체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지난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방 1개짜리 아파트를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은 미국 평균보다 3배나 비싼 월 3333달러(약 356만원)로 나타났다. 또 실리콘밸리의 주택 중간가격은 약 140만달러(약 15억원)로 미국 전체 평균인 21만5600달러에 비해 6배 이상 비싸 좋은 직장을 다녀도 이들에게 주택 구입은 꿈같은 이야기가 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대형 IT기업에 근무하는 직원 수는 앞으로 더 많아질 전망이다.

현재 실리콘밸리 멘로파크 본사에 5500여명이 근무하는 페이스북은 1만2000명이 새로 고용될 예정이고, 마운틴뷰 본사에서만 2만여명이 근무하는 구글도 직원 수가 현재보다 2~3배 더 늘어날 예정이어서 주택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 뻔하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제2 본사를 건설하기 위해 북미 20개 도시를 최종 후보로 압축하고 선정작업을 하고 있다. 후보 도시들은 건설에만 50억달러가 투자되고, 완공 후 최대 5만명이 고용될 것이라는 아마존의 홍보에 세제혜택을 약속하는 등 좋은 조건을 제공하고 있지만 장밋빛 전망에도 급격한 인구 유입에 따른 교통체증과 집값 상승 등 실리콘밸리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2년 전 아마존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에 갔을 때 아마존의 새로운 건물들과 직원들이 주로 거주할 고층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시내 스카이라인은 급변해가고 있었다. 옛 종합병원을 개조해 본사로 사용하던 10년 전의 아마존이 더 이상 아니었다.

아마존 본사 직원은 2010년 5200명이었으나 현재 4만5000명으로 크게 늘면서 집값 상승의 부작용 또한 나타나고 있다.

시애틀 시의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던 시내 노숙자 문제 해결에 필요하다며 연매출이 2000만달러(약 214억원)를 넘는 기업 직원들의 근로시간당 14센트를 세금으로 5년간 거두는 안을 가결했다.

애플 본사가 위치한 쿠퍼티노에서도 유권자의 71%가 대중교통 확충과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직원세' 징수를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도 비슷한 이유로 세금 징수를 검토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실리콘밸리 지역의 주택 건설에 1800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의 비싼 집값과 교통체증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경우 기업들이 인재들을 이끌고 더 싼 지역으로 대거 이동하는 탈출 행렬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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