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북미정상회담, 미국·유로존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장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8 14:45

수정 2018.06.08 16:31

다음주엔 대형 해외 이벤트들이 대기하고 있다. 당장 8~9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 이후 12일엔 싱가폴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도 개최된다. 14일엔 연준과 ECB 회의 결과가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일단 G7 회의를 앞두고 미국은 유럽연합과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 알루미늄에 대해 관세 부과를 결정해 보호무역 스탠스를 유지했다.

■ 역사적 북미 정상회담, 주가 더 올릴 수 있을까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금융시장은 북미 정상회담에선 우선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북한과 미국 모두 뭔가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어렵게 성사된 회담을 파국으로 몰고 갈 가능성은 낮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원하고 북한은 확실한 체제 보장을 원한다. 북한은 또 핵을 포기하는 대신 경제 제재 해소, 그리고 경제 지원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항목으로 들어가면 협상은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다. 북한 비핵화는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비핵화 단계별 시간표 작성, 비핵화 여부를 확인하는 검증 절차 등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에 따라 협상 과정에서 언제든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은 감안해야 한다.

다만 북미가 큰 틀에서 공동합의문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첫 시작은 어느 정도 매끄럽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협상 초기 단계에선 '포괄적'인 접근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후 구체적인 디테일에 대한 얘기가 진행될수록 갈등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금융시장에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선반출하는 대신 미국이 대북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소해 주는 시나리오 등을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보인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차츰 해소해 주는 과정에서 남북 경제협력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전날 MBC 방송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여러 남북 경협 사업 중 공항 개발을 가장 먼저 추진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삼지연 공항이 철도나 도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드는 돈이 적고 20㎞ 떨어진 백두산 관광까지 연계할 수 있어 단기간에 성과를 볼 수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남북경협 사업 중 공항 개발을 먼저 추진하겠다고 보고한 바 없으며, 북측 공항 개발 등 경협사업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에 협의추이를 통해 결정될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현실적으로 정부는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와 제재 해제 속도 등을 감안해서 북한과의 경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선 북한과 미국의 관계 개선 이슈는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새로운 뭔가가 나오기 전엔 특별히 큰 변동성을 초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까지 북한 이슈는 남북 경협주를 흔들었지만, 전체 지수를 움직이는 힘은 부족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남북 관계, 그리고 북미 관계 개선 이슈는 기대하는 것 외에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는 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간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에 따른 주가상승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북미가 새로운 역사를 써 간다면 위험자산에 긍정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의 김윤서 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 합의안 도출은 주식시장의 관련 섹터와 종목에 추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외국인 자금 유입세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FOMC 25bp 금리인상은 기정사실..점도표 변화 여부 등 주시

사진=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제롬 파월 연준 의장


미국 연준의 FOMC에선 기준금리가 25bp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이제 1.75~2.00%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 금융시장은 금리인상을 당연시하면서 점도표의 변화 여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즉 6월 금리인상 이후 연준 관계자들이 올해 남은 기간 중 금리의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예상할 지, 두 차례 인상을 예상할 지가 관심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 5월에 열렸던 FOMC는 예상보다 도비시했다. FOMC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금리인상에 대해 특별히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물가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면서 급하게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나금융투자의 소재용 이코노미스트는 "5월 고용지표 호전과 임금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연준의 인식을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6월 금리인상 자체는 시장에 이미 노출된 변수이며, 최근 물가에 대한 인식을 감안할 때 통화긴축 강화를 성급하게 전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최근 브라질 정치 사태 악화 등 신흥국 상황을 감안할 때 연준이 속도 조절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한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FOMC는 브라질 사태 등을 감안해서 매파적으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유럽 회의에선 양적완화를 줄이겠다는 기본적인 입장 정도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딜러는 "6월 FOMC가 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보이나 점도표는 올해 3차례 인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올해 연간 PCE 전망치가 2.0% 수준인데, 최근엔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FOMC를 거치면서 미국의 긴축에 대한 우려가 누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아르헨티나의 구제금융 신청, 터키의 금융불안에 이어 브라질 정치·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우선 터키 중앙은행은 현지시간 7일 기준금리를 17.75%로 125bp 인상해 통화가치 방어에 나섰다. 이는 대체로 최대 100bp 정도까지 예상하던 금리인상 폭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브라질에선 헤알화와 주가가 급락했다. 브라질 헤알화는 올해 2월 중순 이후 20% 가까이 급락한 상태다. 헤알화 가치는 2년 3개월래 최저로 하락했다. 트럭운전사 파업,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비리, 재정 악화 가능성, 10월 대선을 앞둔 정치 불안 등이 한꺼번에 부각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FOMC 당시 가까스로 연내 3차례 금리인상 예상이 유지된 만큼 점도표의 상향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일부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지 않을까 하는 예상들도 나오지만, 일단 미국은 스케줄 대로 금리를 인상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실업률은 완전고용이라고 말하던 수준을 넘었고 물가도 상당폭 올라왔다"면서 점도표의 변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파월 연준 의장은 선진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 '기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시 파월은 신흥국이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ECB 회의, 그밖에 지켜볼 것들

사진=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사진=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미국 FOMC 결과 이후엔 유럽 통화정책 회의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지난 6일 페트르 프레이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경기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보이면서 14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 종료를 공식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한 이후 회의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ECB 테이퍼링(자산매입 규모 축소)과 관련해 어떤 언급이 나올지 주목된다.

프레이트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유로존의 양호한 펀더멘털이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 도달에 대한 자신감을 높인다. 고용수급이 팽팽해지면서 임금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면서 "물가가 목표치로 다가가는 신호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유로존 경제상황이 개선되면서 임금이 올라 물가가 목표에 근접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이젠 자산 매입의 점진적인 축소와 관련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골드만 삭스는 "우리는 ECB의 정책 결정이 7월로 미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제 프레이트의 연설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다음주에 QE와 관련한 발표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은 "ECB는 짧은 테이퍼링 기간을 거친 뒤 인플레이션 진행에 따라 12월에 QE를 끝낼 것"이라며 "첫 번째 금리인상은 내년 9월 정도에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금융시장에선 이미 상당부분 예상된(?) FOMC 결과보다는 ECB 이벤트가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이사인 프레이트의 발언에 너무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드라기 총재가 오히려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말을 할 수 있다는 등 예측이 갈린다.

외국계은행의 한 이자율 딜러는 "다음주 대외 이벤트가 많은데, 우선 FOMC는 별 것 없을 것이다. FOMC가 6월 금리인상 후 12월 인상까지 시그널을 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채권시장의 경우 그간 매수의 기회가 있어도 대외 이벤트 확인 심리 때문에 못 달려들었는데, FOMC가 끝난 뒤 매수가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ECB도 이번에 큰 변화를 주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프레이트의 얘기에 사람들이 주목했지만, 자산매입 문제는 9월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드라기 총재는 중립적인 스탠스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의외로 북미 정상회담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여서 외국인의 국내 채권매수를 강화시킬 여지도 있다. 이 밖에도 개인적으로는 다음주 금통위의사록 공개를 크게 주목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가 5월에 전혀 금리인상 시그널을 주지 않았는데, 금통위에서 무슨 얘기들이 오갔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경우에 따라 채권시장이 생각보다 더 달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주 많은 이벤트들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상시 변수인 미국발 글로벌 무역갈등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등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

에단 해리스 BOA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펀더멘털 상황은 긍정적이며, 지금이 경기팽창기의 끝 지점 근처에 있지도 않다"면서 "다만 우리는 무역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역 분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더 해소되기 전까지는 리스크 자산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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