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입찰참가 제한과 행정 편의주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7 17:02 수정 : 2018.06.07 20:10


공공조달 시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일정 자격을 갖춘 기업은 공급자가 될 수 있다. 공공조달의 공급자가 되면 계약조건에 맞춰 약속한 목적물을 납품한다. 그러나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거나 입찰이나 계약과정에서 다양한 위반 행위가 발견되기도 한다.
공사 시공 중 자금사정으로 공사를 중단하기도 한다.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공급자는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받게 된다. 일정기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공공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처분이다.

부정당업자 제재에 따른 입찰참가 제한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2년 230여건에서 2015년 360여건, 지난해에는 570여건을 부정당업체로 제재했다. 같은 맥락에서 집행정지와 행정소송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2년 49건에서 2017년 271건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분야별로는 물품의 구매에서 계약조건 위반에 따른 부정당 제재가 전체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직접생산 조건을 위배해 하청생산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계약자로 결정됐음에도 계약을 포기하거나 허위서류를 제출해 심사받은 경우, 담합을 했거나 관계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자 등도 입찰참가 제한 처분을 받는다.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면 관급사업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은 존폐위기를 겪을 수 있다. 단가로 계약해 공공조달 쇼핑몰에 제품을 등록한 경우에는 해당 제품의 거래도 정지되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경미한 위반행위나 행정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정상참작이 필요한 경우에도 부정당업자로 제재한다. 위반행위에 비해 처벌로 인한 불이익이 너무 크다. 이러한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013년 6월 과징금 제도가 도입됐다.

입찰참가 제한 처분은 관련 규정에서 위반사유와 제한기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과징금 처분의 경우 처분사유가 구체화돼 있지 않고 대부분이 재량적으로 판단하도록 규정돼 있다. '입찰의 공정성과 계약이행의 적정성이 현저히 훼손되지 아니한 경우로 부정당업자의 책임이 경미해 다시 위반행위를 할 위험성이 낮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있는 경우'가 대표 사례다. 행정 실무에서는 재량의 여지가 많은 경우 일관성이나 공정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루틴으로 정해진 입찰참가 제한 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조달청은 올해 입찰참가 제한 처분을 줄이고 과징금으로 대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위반행위별로 부과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 실무에서 객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제재 처분 심의를 할 때 개개 사안에 대한 정황이나 현장 여건을 별도로 고려해 현실과 규제의 괴리로 인한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외에도 소액사업은 처분권한을 발주기관으로 위임해 과징금 부과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이 경우 입찰참가 제한의 5% 안팎이 과징금으로 대체될 것으로 기대된다. 집행정지 관련 소송도 이에 비례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은 현실을 100% 반영하지 못한다. 과거 행정청 우위의 환경에서는 공정성의 이름으로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수요자 중심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편의주의적 관성을 버려야 한다. 특히 불이익을 주는 행정처분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장경순 조달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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