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북미'세기의 담판']美, 디코이 투입해 철통보안… 北도 화물기 함께 띄울듯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5 17:27

수정 2018.06.05 21:03

의전·경호 준비 시작
트럼프-김정은 묵을 장소로 카펠라-풀러턴호텔 거론
전용기 착륙예정지도 관심.. 파야레바 공군기지 유력할듯
회담장소는 여전히 비밀.. 샹그릴라호텔 개최에 무게
"관심 돌리려는 의도" 의견도
샹그릴라호텔에서 만날까 5일 싱가포르 정부가 오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위해 10~14일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한 샹그릴라호텔 인근을 경찰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샹그릴라호텔에서 만날까 5일 싱가포르 정부가 오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위해 10~14일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한 샹그릴라호텔 인근을 경찰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세기의 회담'이 될 6·12 북·미 정상회담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회담을 일주일 앞둔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열린다고 밝혔다. 특히 백악관은 이번 회담에 대해 '첫 회담'이라는 표현을 써 추가 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뒀다. 백악관은 또한 북·미 회담 준비를 위한 투트랙 실무회담인 싱가포르 협상과 판문점 협상에 대해 "논의는 매우 긍정적이었고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졌다"고 말해 비핵화 방식과 시기 등 핵심 쟁점에서 양측이 간극을 상당히 좁힌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싱가포르서 12일 오전 9시 회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잠정적으로 첫 번째 정상회담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오전 9시에 열리게 된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시간까지 확정한 것은 올해 북·미 정상회담 논의 이후 처음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지금 양측 대표가 판문점에서 외교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논의는 매우 긍정적이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이 판문점 협상 결과 미국이 주장하는 '일시적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비핵화' 가운데 어느 쪽이 유력하냐는 질문에 "정상회담 전에 미리 예상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날 샌더스 대변인이 사용한 '첫 번째 회담'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들에게 "나는 (회담이) 한 번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합의가) 한 번에 성사된다고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 일간지 USA투데이는 양측이 일단 싱가포르에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일반적인 합의문을 내놓은 다음 세부내용은 나중에 논의한다고 예측했다. 미 싱크탱크인 미국신안보센터(CNAS)의 패트릭 크로닌 선임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양측이 "포괄적인 합의 이후 세부적으로 이해할 수 없고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을 다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세부협상이) 매우 힘든 부분으로 정상회담은 여러 면에서 봤을 때 쉬운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USA투데이는 두 정상 모두 이번 회담에서 가시적인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몇 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회담 장소 샹그릴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밝힌 대로 회담 시간은 싱가포르 시간으로 오전 9시다. 양국 정상으로서는 조찬을 마치는 대로 곧바로 담판에 들어가는 셈이다. 세부 스케줄이 모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시간상으로는 오찬 회동과 오후 회담으로 이어지는 '마라톤 담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 장소 및 양국 정상 숙소도 가닥이 잡히고 있다. 현재 샹그릴라호텔이 회담 장소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북·미 실무팀의 숙소인 풀러턴호텔(북한)과 카펠라호텔(미국)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싱가포르 정부가 지난 3일 관보를 통해 샹그릴라호텔 주변 탕린 권역을 오는 10~14일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혀 샹그릴라호텔이 회담 개최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강해졌다. 그러나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 소속 전문가인 앨런 청 박사는 경호 준비 등이 마무리되기 전 회담장 주변에 사람들이 몰릴 것을 우려해 "대중을 따돌리려는 시도일 수 있다"며 "수일 안에 다른 지역들이 특별행사구역으로 추가 지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는 각각 풀러턴호텔과 카펠라호텔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두 호텔은 서로 6㎞가량 떨어져 있으며 차량으로 10분 거리다. 3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각국 취재진을 수용할 미디어센터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포뮬러원(F1) 경기장 건물에 마련된다.

■양측 의전과 경호는

양 정상의 전용기 의전과 경호에도 관심이 쏠린다. 싱가포르 당국은 양국 정상이 최대한 동등하게 보이도록 세심하게 의전과 경호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옛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 기종을 개조한 전용기 '참매 1호', 트럼프 대통령은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은 과거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 때처럼 실제 대통령이 탑승하지 않는 또 다른 전용기인 '디코이(decoy)'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과 2006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 2009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와 '디코이'가 동시에 움직였다. 북한 역시 참매 1호 이외에 화물기를 추가로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김 위원장의 중국 다롄 방문 때도 전용기와 함께 필요한 물자를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기가 목격됐다.

양국 정상의 전용기가 어디에 내릴지도 관심사다.
싱가포르 공군의 파야레바 기지와 민간시설인 창이공항 등 2곳이 유력한 가운데 현지 전문가들은 보안과 경호상 파야레바 공군기지가 적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회담 장소와 주변 도로, 호텔 경호를 맡을 싱가포르 현지 경찰팀에는 세계에서 가장 용맹하다는 구르카족 경찰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싱가포르 경찰 당국이 고용하고 있는 네팔 구르카족은 세계에서 가장 용맹한 전사 부족으로 알려져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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