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6·13 민심 돋보기]"뼛속까지 보수지만 생각 바뀌어", "한국당 찍는다 카데"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5 17:23

수정 2018.06.05 21:12

<4> 흔들리는 ‘보수의 아이콘’ 대구.."옛날 대구가 아니지", "슈퍼 찾는 손님 열에 여덟·아홉은 한국당 찍는다 카데"
맹목적 보수 줄었지만 민주당에 맘 준 것 아냐 “北 가고파” “北만 배려” 남북화해 반응도 갈려
대구시장 한국당 우세, 민주당 추격하는 양상..김부겸 지역구 수성구 민주당 지지층 꽤 많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4일 대구광역시 중구의 한 거리에 후보들 홍보 현수막이 한데 모여 걸려있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4일 대구광역시 중구의 한 거리에 후보들 홍보 현수막이 한데 모여 걸려있다.


【 대구=박지애 기자】 "한숨이 나오지만 옛날 대구가 아이지(아니지)"

6.13 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 시작 뒤 첫 주말을 보낸 4일.

동대구역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 박모씨(69)는 "더이상 예전의 대구가 아니다. 이제 대구도 맹목적으로 보수정당만 찍던 시절이 지났다. 그렇다고 민주당으로 마음이 가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대한민국 보수의 심장으로도 불렸던 대구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대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박근혜 신드롬'의 본산이기도 했다.

그랬던 지역 민심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영남권 공략을 목표로 PK(부산·경남)에 상륙하면서 TK(대구·경북)도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일명 최순실 사태가 기폭제가 되기는 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국적으로 여당의 우세가 예고되고 있는 분위기도 일부 영향을 주는 듯 보였다. 민주당도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물론 중장년층에서는 보수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견도 아직 많았다.

그러나 대구는 지난해부터 보수정권의 몰락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 남북관계 변화 등 역사적 대형 이슈들을 지켜보면서 민심이 한층 복잡해 보였다.

■ "이제는 바꿔야" VS "민주당으로 너무 쏠리면 안돼"

대구광역시 중구 중앙로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40대 사장 김모씨는 "나는 뼛속까지 보수성향이지만 이제는 대구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대구역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50대 박모씨는 "대구는 먹거리가 없어 젊은이들이 많이 떠나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며 "어르신들은 맹목적으로 보수당을 지지하던 생각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반면에 대구역 앞에서 만난 70대 노인은 "박근혜 잘못은 잘못이지만 경제를 위해서는 한국당을 뽑아야한다"고 했다.

대구는 현재 지역별로, 세대별로 지지 정당이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대구에서 민주당 표심이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이 분수령이 됐다.

민주당 김부겸, 홍의락 의원이 각각 북구와 수성구갑에서 당선되면서다. 김부겸 의원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이씨(44)는 "남구, 중구는 어르신들이 많이 여전히 보수당을 지지하지만, 수성구와 북구는 이제는 민주당 지지층이 꽤 많다"고 했다.

■ "생전에 북한 가보고 싶다"VS "너무 북한만 신경 써"

중장년층에서도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공주 출신이지만 대구에서 46년째 살고 있는 택시기사 이모씨는 "내 살아생전 통일까진 안되더라도 북한과 철도가 연결만 되서 한번이라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에 서문시장 인근에서 편의점을 하는 50대 김모씨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만 신경쓰고 너무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한국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최근 대구에서도 한국당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이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은 대구·경북 곳곳에서 무소속 또는 민주당 후보들의 약진이나 전국적인 민주당 상승 바람에 투표를 할지 고민하는 사이 보수층의 고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예전 국회의원시절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서 20년째 슈퍼를 운영하는 50대 사장은 "슈퍼 찾아오는 사람들 다 아는 사람들인데, 십중 팔구는 다 한국당 뽑는다고 한다"며 "다만 민주당이 이길것 같아 선거날 놀러가겠다는 어르신들도 있다"고 했다. 정명음씨(80)는 "투표는 반드시 하겠다"면서도 "뽑을 사람이 없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2017낸 19대 대선 이후 대구·경북의 리더십 부재속에 대구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택시기사 박모씨(70)는 "유승민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밑에서 출세했는데 바로 배신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처럼 대구 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매일신문과 TBC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대구시장 후보자 지지율 조사(5월 31일∼6월 1일, 대구 유권자 1004명 대상, 응답률 19.2%.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에 따르면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는 34.4%, 임대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9.6%로 나타났다.
김형기 바른미래당 후보는 5.6%를 기록했다.

pja@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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