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의 사람과 세상]

요동치는 한반도, 그 밑의 세계질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5 16:50 수정 : 2018.06.0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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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2일은 세계사에 기록될 날이 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 두 '빅 보이'의 세기의 담판은 분명 아시아의 지정질서를 바꾸는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변덕스럽고 거칠지만 집요한 트럼프와 젊고 영리한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 이 두 사람은 이날 '문을 박차고 나오든지' '손을 잡고 걸어나오든지'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시작을 알릴 것이다. 이런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최근 일본, 중국, 러시아의 숨가쁜 움직임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셔틀외교로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빠르게 전개되자 이들 주변국은 경쟁적으로 회담장에 발을 디밀고 있다.
1953년 이후 60여년간 지속됐던 아시아 지정질서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외교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세계 지정질서부터 파악해야 한다.

1871년 프로이센의 빌헬름 1세가 프랑스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 승리를 거두고, 독일 통일을 선포했다. 이로써 1000년 만에 지리적으로 프랑스보다 넓고 인구 규모는 비슷한 게르만족의 통일국가 독일이 탄생했다. 유럽 지정학의 영원한 숙제인 '독일 딜레마'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독일이 위치한 땅은 10세기 신성로마제국 이래 39개 군소 왕국만 모여 있어 게르마니아로 불리던 곳이다. 제대로 된 나라가 없다보니 1000년 가까이 유럽의 지정질서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독일이라는 새로운 강대국이 생겨나자 유럽의 지정질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유럽의 전통적 강대국인 영국, 프랑스, 러시아 간에 합종연횡이 일어나며 결국 유럽은 1900년대에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게 됐다. 1945년 2차대전이 끝나자마자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등 세계 열강이 포츠담 회의를 열어 독일을 동독과 서독으로 갈라놓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반도는 어떨까.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은 이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변화는 현실적으로 당장은 어렵겠지만 나중에 남북 통일로 이어진다면 동아시아의 지정구도는 더욱 요동치게 된다. 과거 1871년 통일독일이 생겨난 것 못지않은 파괴력을 갖게 된다. 실제 통일한국이 탄생하면 인구 규모로 보나 영토 규모로 보나 일본의 3분의 2 크기에 달하는 새로운 강국이 된다. 더구나 과거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언급했던 것처럼 '충동적이고 호전적인' 한국 민족은 위기나 기회의 순간에 자신들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지정질서를 주도할 가능성도 높다.

세계의 지정질서도 달라질 수 있다. '지정학의 아버지'로 통하는 해퍼드 매킨더는 1900년대 초 세계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이유를 '유라시아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끊임없는 충돌 때문으로 정의했다. 유라시아 대륙세력은 러시아와 중국, 해양세력은 미국과 영국이다. 두 거대 세력이 부딪치는 접점은 유럽 본토에서는 발칸반도,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바로 한반도가 해당된다. 그런데 지금 유라시아 대륙의 접점인 한반도에서 북한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 러시아가 최근 바빠진 이유다.

한반도는 모처럼 아시아와 세계 지정구도를 흔들 '김정은'이라는 큰 변수를 만났다. 지금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숨가쁜 외교전에는 바로 이런 거대한 지정구도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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