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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학원비 양극화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5 16:49

수정 2018.06.05 16:49

한국은 식민지 국가로 출발해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룩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눈부신 발전을 가능케 한 요인은 무얼까. 국내외 학자들은 한결같이 교육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한국은 교육으로 성공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인의 높은 교육열은 통계로 입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68%로 압도적 1위다. 2위인 캐나다(58%)보다 10%포인트, OECD 회원국 평균(41%)보다는 27%포인트나 높다.
유럽의 독일(28%)이나 이탈리아(24%)와 비교하면 거의 3배가량이다. 대학뿐만이 아니다. 만 3세의 유아교육 취학률도 한국(92%)이 OECD 평균(73%)보다 19%포인트나 높다.

"출세하려면 공부해라." 우리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이런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 자랐다. 가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열심히 공부해서 출세한 사람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부모들은 자식을 서울로 유학 보내기 위해서라면 귀한 논밭과 소까지 내다 파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누구나 출세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출세한 사람들 가운데는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 시절에는 공부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정 경쟁시장이었다.

그런데 교육이 점차 불공정 경쟁시장으로 바뀌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려운 세상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멈출 줄 모르고 불어나는 사교육비 때문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학생 1명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지난해 27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사교육비 총액은 18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000억원이나 늘었다. 사교육이 극성을 부리면서 교육도 돈이 좌우하는 시대로 변해가고 있어 씁쓰레하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자료는 심각성을 더해준다. 소득 상위 20%에 속하는 가구의 월평균 학원교육비 지출액(24만2600원)이 하위 20%에 속하는 가구(8925원)의 27배나 됐다.
소득의 양극화가 배움의 양극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교육의 장은 공정경쟁 시장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 책임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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